<인권운동사랑방 논평> 공포정치의 단면을 보여준 기무사 민간인 사찰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최근 민간인을 사찰해온 것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 약사, 중견 연극인 등 그 범위도 광범위했다. 그런데도 기무사는 변명을 하며 발뺌을 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기무사에겐 사과도 책임도 있을 수 없다.
기무사는 군대 내의 방첩과 수사업무를 담당하는 군 기관이다. 하지만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간인까지 공공연하게 감시하고 잡아들이는 악명 높은 공안기관으로 이름을 떨쳤다. 안기부, 경찰보안과와 함께 전 국민의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무차별적인 인신 구금, 살인적인 고문 등을 자행하는 인권침해의 온상이라는 오명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1990년 당시 기무사 소속이었던 윤석양씨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뒤, 이 사건을 통해 기무사의 개인신상서류철에 기록되었다 공개된 민간인 1천3백여명 중 1백50여명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하는 결과를 남기기도 했다. 1998년 법원의 이 판결을 통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역사 너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 때 폐지했던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를 5년 만에 부활했다. 기무사의 위상을 그만큼 높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이 국내 정치 정보를 수집하고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려 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정보기관들이 국내 정치에 공공연하게 개입하며 인권을 침해해온 것에 대한 반성에서 지난 10년간 이들의 권한 상 한계를 명확히 해왔지만, 이제 그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다. 미네르바 구속,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제한, 언론 탄압 등 현 정부 들어 그동안 일어난 일들은 권위주의 시절의 공포정치를 떠올리게 한다.
공포정치의 대상은 일부 사람들만이 아니다. 세상 무서우니 인터넷에서건 사람들 앞에서건 함부로 이야기해선 안된다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전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걸 사람들은 이미 아는 것이다.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한 권력은 오로지 공포를 통해 대중들의 입을 틀어막기에 급급하다. 대중들을 설득할 논리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포를 불러낼수록 현 정부의 정당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09년 8월 21일
인권운동사랑방
성명/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