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경총이 책임져라
40만 원!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요구!
일주일에 60시간, 토요일까지 매일 10시간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다. 누가 이들에게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가. 공단 노동자들을 고용한 개별 사업체의 사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경총 앞에 서게 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40만 원 임금 인상 요구를 경총이 책임져야 한다.
2013년 겨울, 전국 4개 공단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임금 실태와 희망임금을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3,717명의 설문 결과 분석에서 공단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저임금이 장시간노동의 원인임이 분명히 드러났다. 시간당 임금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주당 노동시간은 길었다.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법정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도 늘어났다. 공단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제한과 같은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많은 공단 노동자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활을 꾸려가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생애주기에 따른 생활의 필요는 임금에 반영되지 못했고, 노동시장의 필요가 절대적으로 임금에 반영되고 있었다. 결국 추가소득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58.3%에 이르렀으며, 저축을 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6.2%에 그쳤다. 90%가 넘는 노동자들이 임금 수준에 맞춰 자신의 삶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공단 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임금 수준이 한국사회의 차별 구조를 고착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음이 드러났다. 성별, 학력, 나이 등에 따른 임금 차이는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었다. 여성일수록, 저학력일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았다. 물론 10~20대 노동자 집단에서도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이들에게 강요되는 저임금은, 장시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도록 만든다. 노동자들은 여가와 휴가를 충분히 누릴 수 없고, 더욱 불건강해지며, 소득의 부족으로 열악한 주거를 감내해야 하는 등 삶의 총체적인 측면에서 빈곤의 수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같은 저임금이 중소영세사업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더 이상 눈감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 수 300인을 기준으로 임금실태의 수준 차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가 고용된 사업장에 동료 노동자가 적다는 이유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되는가? 사업주가 고용한 노동자 수가 적다는 이유가 최저임금 미만과 근로기준법 위반을 용서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가? 그렇지 않다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은 개별 사업장의 사업주들을 용인하거나 처벌해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경총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경총은 최저임금이나 통상임금 등 임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해왔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면 중소영세기업이 어려워진다, 임금이 낮아야 고용이 늘어난다, 경제가 발전해야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도 나아진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진실은 이렇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밀집된 공단은 더욱 영세화되고 있고 고용 증가율도 크지 않은데, 신규 채용된 노동자들은 더욱 저임금에 취약하고, 이들이 강요당하는 저임금은 공단 지역의 저임금을 일반화시키고 있다. 공단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한국 노동자들의 과거가 아니라, 곧 모두에게 닥치게 될 고통이다. 공단은 신자유주의 정책들보다 신자유주의가 먼저 도래한 곳이다. 몇 차인지 헤아리기도 어려운 하청 구조, 제조업을 불문하고 만연한 파견업, 시간제, 특수고용제 등 각종 불안정 노동 형태가 그것이다. 중소영세기업에 대한 수탈 구조를 조장함으로써 저임금을 고착화하여 노동자들의 삶을 착취하는 것이 바로 경총이다. 경총이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대며 추진하는 경영계의 주장들을 더 이상 믿어서는 안 된다.
공단 지역의 저임금 구조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 노동현실의 미래를 새롭게 쓰기 위한 시작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단 노동자들의 희망임금은 소박하기조차 했다. 임금이 낮은 노동자일수록 임금 인상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기 어려웠다는 조사 결과는 한국사회가 누군가의 삶뿐만 아니라 꿈까지 가두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저임금노동자들의 40만 원 임금인상 요구는 여전히 노동자들의 삶과 꿈을 모두 담을 수 없는 요구다. 법원이 산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칠 수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여유까지 못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누구도 가둬서는 안 될 삶과 꿈을 펼치기 위한 첫 출발선이다. 경총은 지난 2월, 2014년 임금인상률을 2.3% 이내로 제시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저임금현실과 임금 격차를 고려하지 않는 이와 같은 접근은 사회를 향한 권고안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저임금노동자들의 임금 40만 원 인상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경총이 사회적 책임을 거부한다면, 사회에 존재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경총이 책임져라!
- 인간답게 살고 싶다. 생활임금 보장하라!
2014년 3월 18일
공단노동자 임금인상 요구액 발표와 경총에 임금인상안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참여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