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에 싣는 글을 쓰기 위해 처음 자리에 앉아 생각할 때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느꼈었는데, 이제 고작 석 달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돌아보니,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이전에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다양한 이야기들도 새롭게 접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 자신의 자리매김은 크게 생각하지 않아왔던 것은 아닐까 고민해봅니다.
사실 처음 자원 활동을 시작했던 동기가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타성에 젖어있던 내 모습이 싫어서 무턱대고 사랑방에 자원 활동을 신청했었습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처음에 시작했던 바람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모습이 두려웠고 그런 자신에게 도피처처럼 사랑방을 찾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학업을 연장하겠다고 생각한지 고작 몇 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문득 돌아본 자리에는 졸업을 위한 글과 실적을 위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제 자신이 보이더군요. '무엇'을 쓰고 말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얼마나 그럴 듯하게'가 주요 관심사가 되어버린 겁니다. 이런 제 자신의 타성이 싫어서, 그렇게 개인적인 투정으로 사랑방 문을 두드렸습니다.
자원 활동 신청 메일을 보내놓고 며칠의 시간이 지나고 잊고 있는데 사랑방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안했음에도 그것만으로 뭐라도 한 것처럼 으쓱해지더군요.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감상입니다. 그 때 저에겐 인권이나 사랑방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상관없이 뭐라도 하고 있다는 제 자신에게 주는 위안이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두 달 남짓 되었을 뿐이고 아직 사랑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도리어 사랑방이 저를 위해 번거로울 때가 많을 겁니다. 아는 이야기도 다시 설명해주어야 하고, 함께 가자 연락하고, 일정마다 추스르고, 아이 한 명 키우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사랑방에서 가져가기만 하는 역할입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쳤던 이야기들을 되새기고, 활동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갑니다. 그래서 누리고만 있는 내가 사랑방에 도움이 되는 자원 활동을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민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글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가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제 소소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 가운데 제 이야기를 택했다기보다 지금은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성장하는 어린 아이처럼 나이 시간이 지나면 함께 했던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꼭 사랑방이 아니더라도 내가 받았던 조금이나마 나 같은 다른 이에게 나눠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첫 번째 편지를 갈무리합니다.
아직은 많이 미안할지라도 더 많이 받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