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권운동사랑방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인권하루소식>을 통해서였다. 관심있는 기사를 클릭해서 보면 밑에 인권하루소식, 또 클릭해서 보면 인권하루소식. 여기가 뭔지는 몰라도 내 관심이랑 맞는 데인가 보다 했다. 그 뒤에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누군가의 개인 블로그. 인권운동사랑방이 적어도 웹 사이트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군 하는 생각에 낯선 집단에 대한 공포(!)가 꽤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 동안 눈독 들여 놓았다가 어느 날 쳐들어와서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는 자료실과 연구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자료실 일은 규칙적인 생활이 주는 건실한 즐거움이랄까 그런 것이 있다. 마음이 즐거우나 우울하나 날이 더우나 추우나, 그곳이 가면 항상 할 일이 있고 앉아있는 시간만큼 해치운 자료들이 다른 한 쪽에 쌓여간다. 가끔은 오래되고 귀한 자료를 만나기도 하는데 마치 죽은 사람의 유골 상자를 만지는 것 같은 짠함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자료가 다 귀한 것은 아니다. 나는 특히 팜플렛과 행사 진행용 책자들을 싫어한다. 그렇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 그런 이유로 일부 자료를 몰래몰래 홀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애로 사항이라면 최근 약간 불량한 모니터와 늘 메케한 책 먼지, 그리고 자료 중에 있는 한자 정도. 즐거움은 책에 스티커 붙이는 것.
연구소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거권 관련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소주제 중에서 일단은 노숙인의 주거권을 연구하고 있는데 가끔(자주) 내가 길을 잃고 헤매어서 걱정이 된다. 다른 NGO들의 자료를 읽다보면 “와아, 그렇구나. (더 연구할 내용 없겠네.)” 싶고, 정부 자료를 읽으면 “다들 수고하시는구나. (찌잉)”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의식이 없어서 탈이다. 한국의 주거 현황에 대한 내 안의 지식은 늘어났지만 그게 결과물로 나오지 않으면 제본되지 않고 낱장으로 버려지는 프린트와 같다. 스터디만 하고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게 내 지병이라 이번 기회에 한번 고쳐볼라고 한다. 마음의 힘을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연구소 일의 장점은 뒤풀이가 있는 것, 단점은 숙제가 있는 것.
그래서 총체적으로 나는 왜 이곳에 와 있는 것일까? 사실 그 부분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렇지만 내 관심분야를 대략 추슬러 보면 복지 쪽으로 모인다. 삶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사람들이 안전망도 없이 공중곡예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인권단체로 수렴되다니 우리 사회의 “복지 없음”이 인권을 가장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삶이 행복하고 부족함 없어서 다들 바보가 되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때부터 즐거움을 찾아가는 건 각자의 몫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