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입니다.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고어가 될 것처럼 한파의 연속이네요. 한파 속에 새해 잘 보내고 계신가요? 2011년이라는 말이 아직 어색하게 입에 잘 붙지 않네요.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2010년이 어색해지겠죠? 그러고 보니 2010년을 잘 마무리하셨나요? 연말에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연말인데도 전혀 연말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물론 제가 딱딱한 감정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연말이 되면 울렁울렁 꿀렁꿀렁 거리는게 있었는데 작년 연말은 그런 붕뜸을 경험하지 못했죠. 설레이지도 초조하지도 않은 그냥 그런 일상이었다는 것이 약간 이상하기도 하고...신기하기도 해요. 드디어(이제야) 어른이 되어 가는 건가!! 하며 혼자 자축하기도 하고 ㅎㅎ 사실 12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어요. 이리 저리 사고도 치고 차분하지 못하고 항상 덜렁거리고, 상임을 시작한지 꽤 되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심만 계속 들고.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건가하는 의심병과 조바심이 생겼었거든요. 저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건데 저는 누구도 못 말릴 초불안염려증을 갖고 있어 가끔씩 재발해요. 전혀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거대해서 생기는 병 같은데 이유를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네요. 이런 고민이 생기면 주위에 나누고 해결하는게 아니라 혼자 굴을 파고 들어가는 타입이라 한 번 빠지게 되면 깊은 수렁이 되고 말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라고 혼자 굴을 파고 싶진 않죠. 하지만 나에게도 정리 안 된 고민을 나눈다는 것이 성급한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상대방에겐 시답지 않은 고민으로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에는 고민을 실컷 하고 난 후에야 어리석게도 내 주위에 함께 고민을 나눠 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언젠가 사람사랑에서도 그림자 같은 사람을 지향한다고 얘기한 적 있는데 저는 저 자신을 숨기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에요. 오랜 학습의 결과인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그런 지향성을 크게 바꿀 생각은 없는데 좀 더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것 같기는 해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에 대한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던게 큰 멍처럼 기억에 남아요.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지겹지 않을까? 나름 배려였는데... 가끔 '너는 지나친 배려를 해(그래서 부담스러워)'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것도 그런 지나친 배려 중 하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조잘조잘 주위에 떠들어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ㅋㅋ 상임을 한지 3월이면 1년이 됩니다. 아직도 서툴고 사고도 많이 쳐요. 가끔 주접을 떨기도 하고 시건방을 떨기도 합니다. 어떻게 1년을 버텼지 하고 생각해보니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고 함께해준 사람들이 있더군요. 매일 지겹게 얼굴 보는 상임들(두 분의 돋움활동가 포함). 자원활동 할 때는 막연하게 상임 활동가들이 좋았었는데...... 함께 생활해보니 이 상임들이 어떤 '인간' 인지 알게 되면서.......... 더 좋아졌어요. ㅋㅋ든든하고,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항상 힘이 되어주는 돋움활동가와 자원활동가들도 함께하고 있고. 어렵기도 하지만 든든한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도 있고. 가끔 짧은 통화, 짧은 만남으로도 큰 힘을 불어주시는 후원인 분들도 계십니다. 이렇게 저의 부족함을 메워 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야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낍니다. 새로운 생활에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주위 사람에 소홀했어요. 그게 많이 미안해서 또 연락을 못하게 되고... 부끄럽지만 그런 사람들이 참 많아요;; 올해는 관계 하나 하나에 충실할 수 있는 한해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자신의 생활에도 충실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요. 아, 이번에 했던 고민에 나름 제가 내린 결론은 '나아감' 이었어요. 정체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 무브 무브~. 활동도 인생도 끊임없이 노력해나가는 사람이 되어 보려합니다.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고 알찬 2011년 되시길 바라요!! |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