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11시, 서울의 한 건물 지하실에서 여러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무실로 쓰이는 공간의 책상과 의자를 치우고, 스티로폼으로 된 벽을 세워 공간을 나누고, 컴퓨터에 인터넷을 연결하고......
바로 홈리스(노숙인)들의 만남의 장, 주말배움터의 준비 때문입니다.
주말배움터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올해 봄 학기부터 시작되었어요.
- 교육·문화적 권리 실현, 금융피해 문제 해결 등을 통해 노숙(홈리스) 대중들이 처한 삶의 조건들을 개선하도록 한다.
- 극단적 빈곤층인 노숙(홈리스) 문제를 그들 스스로 이해하며, 문제의식을 갖도록 한다.
- 노숙(홈리스) 대중 운동 조직과 재생산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형성한다.
말이 좀 딱딱하기는 하지만, 결국 홈리스(노숙인)들이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하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이해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서로서로 지지하고 도와주는 과정이 주말배움터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겠죠? ^-^
아무튼,
지하실 공간을 주말배움터에 맞게 꾸미고 나면, 오후 1시쯤부터 각 교실들이 시작되지요. 참여하시는 분들은 다양하세요. 쪽방에 살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파산상담을 받으시고 다른 교실에 참여하시는 분들, 여기저기 알음알음으로 해서 오신 분들도 계시지요. 주말배움터가 거리생활을 하시는 분들께는 아무래도 부담스럽게 느껴지는지 거리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아직 잘 안 오시네요.
파산상담(직접 생활에 도움이 되죠. 가장 고정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컴퓨터 교실(심지어 컴퓨터 교실에는 기초반과 심화반도 구분되어 있어요!), 만들기 교실(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나요!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최근 만들었던 문패와 향초걸이는 완전 예술적이었어요!), 영화 글쓰기(유명한 다큐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글을 쓰시더군요. 글쓰기 작품들은 감동의 도가니~!), 음악 교실(다른 수업 중간에 들려오는 구성진 노랫소리~ 아으아으~ 헤헤), 풍물교실(야외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쿵덕쿵 신나게들 치시고 오시는 것 같아요.) 등등의 다양한 배움이 너나 구분 없이 서로 재미있고 예쁜 애칭을 부르는 가운데서 진행됩니다. (준비하는 사람이나 참여하는 사람이나 서로 평등한 주말배움터를 만들자는 뜻에서 주말배움터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씩 자기만의 애칭을 정해서 서로 애칭으로 불러주고 있답니다.)
그러다가 느지막이 오후 6시쯤 마지막 수업시간을 앞두고서는 사람들이 또 바빠집니다. 바로! 제가 진행하는 요가 교실이 마지막 시간에 있기 때문이지요. (^-^)v 호호 지하실 바닥에 아이들 놀이방 매트를 까느라 다같이 힘을 쓰고 나면, 그 위에서 조용한 음악과 함께 1시간 정도 요가를 같이 진행한답니다. 아직 저도 초보인지라 진행을 잘 못하는데도 5~6명이 꾸준히 참여해주시고 계시지요. 그런데, 제가 주말배움터의 목표에 맞게 요가 교실을 잘 진행하고 있는지는 사실 저 스스로도 좀 고민이 되긴 하네요. ^^;;;
컴퓨터 교실 심화반, 요가 교실, 풍물 교실이 끝나면 이제 주말배움터를 마칠 시간.
다같이 스티로폼 벽을 구석으로 치워두고, 책상과 의자를 원래 위치로 옮기고, 바닥청소를 하고, 어둑어둑해진 골목길에서 서로 “수고하셨어요!~”, “다음주에 뵈어요!~” 인사를 하고 나면 이번 주 주말배움터도 끝! 그리고 각자 집이나 다음 할 일을 향해 어둠 속으로 헤어진답니다.
주말배움터는 지금 가을학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12월 15일이 가을학기 졸업식인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싶어 놀라기도 해요. 그렇지만, 내년 봄 학기, 가을 학기, 또 그 다음에도 주말배움터는 계속될 거예요. 각종 편견과 차별, 폭력 속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홈리스(노숙인), 그들을 둘러싼 인권 문제들은 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베푸는 시혜와 동정으로 절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말배움터가 열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 시간이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배우고 즐기는 시간, 그래서 시혜와 동정을 넘어 ‘우리’의 권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꿈꿔봅니다.
“안녕히 가세요~" (^O^)/
<직접광고> 주말배움터에 함께 할 자원활동가를 구할 거예요! 내년 봄학기에 자신이 가진 힘, 시간, 재능을 나누실 분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꽃피는 봄이 오기를 기다려주세용~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