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편지를 써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못 할 만큼 오래 되었네요. 아마 고등학교 때 연애편지를 써 본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편지라는 말이 퍽 서먹하게 느껴지네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담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사랑방에서 만난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동안 말이 되지 못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한 번 어설프게 풀어내 봅니다~ 처음 사랑방에 온 게 인권영화제 시작 즈음이었으니까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사랑방은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어요. 사랑방과의 거의 첫 만남이었던 인권영화제의 개막일이 참 기억에 남는데, 마로니에 공원에 쏟아지던 햇살과 (비록 그 다음날부터 비가 왔지만) 우리 혹은 그들의 권리를 위해 그곳에 함께 모인 사람들의 존재가, 그리고 그 공간이 마치 유토피아처럼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하루였어요. 실제로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구나. 그게 아마 ‘인권’이나 ‘운동’이라고 말하면 추상적인 것들밖에 떠올리지 못하던 제가 처음으로 느낀 놀라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만나게 된 사랑방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해나가는 모습이었어요. 어떻게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사실 처음부터 그게 참 궁금했어요. 사랑방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서 조금씩 느끼게 된 건, 이 분들에게 인권운동은 일이라기보단 생활이구나 하는 거였어요. 제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 다르게, ‘타인’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우리’를 위한 일이고, 정말 가까운 삶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일이고, 그래서 삶의 목적이고 삶 자체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신기하게도 사랑방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전화 한 통, 인터뷰 한 번, 풀·가위질, 식사를 만드는 손길, 사람들을 찾아가는 발걸음.. 그것들이 모여 인권운동이란 이름으로 나타나는 거였더라구요.. 사랑방 사람들은 개미를 닮은 것 같아요. 가는 팔과 다리로, 그렇지만 자기 힘으로 조금씩 조금씩 지상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개미. 끈질긴 개미. 개미는 위대한 존재죠. 사람 사는 곳은 한 번에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번에 모든 것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의 마음속에나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건 욕심이겠죠. 그런 욕심 없이 개미처럼 끈질기게 우리 사는 곳을 바꿔나가는 게 사랑방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긴 좀 쑥스럽지만 저는 사랑방 사람들을 참 존경해요.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건 누군가에게서 내게 없는 무언가를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끄럽게도 전 아직 사랑방 사람들처럼 인권을 가깝게 느끼지 못해요. 고백하자면 자원활동을 할 때에도 이것이 나의 일이라는 생생한 느낌보다는 왠지 학교를 가고 과제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마 제가 삶 자체에 대해서 모호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제가 익숙했던 곳에서 잠깐 떨어져 있는 중이예요. 참,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갔는데.. 반차별팀 식구들 잘 계시죠?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가 한참 절정(?)일 때 헤어지게 되어서 좀 아쉽네요^^ 게시판으로 종종 구경하러 들를게요. 멋지게 프로젝트 잘 마무리 될거라고 믿어요! 저는 사랑방 사람들처럼 삶을 인도해줄 목표를 찾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생각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방황이 금방 끝나진 않겠지만, 새로운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다시 찾아뵐게요. 사랑방을 만나게 되어서 많은 걸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사랑방 ^^ |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