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반환, 인권개선 등의 약속 전혀 안 지켜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된 지난 1월 네팔인 13명의 농성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아 정부가 이들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박상희, 중기협) 주선으로 부산 서림산업사에 배치되어 근무했던 나라바이 퓨젤(26)씨는 여전히 계속되는 여권압류와 구타, 임금 간접 지급에 항의하며 2월 24일 외국인노동자피난처(소장 김재오)로 도피했다.
13명의 네팔인은 농성을 풀면서 중기협으로부터 여권반환, 임금 직접 지급 등을 약속 받았다. 그러나 나라바이씨는 “농성해제 후 출입국관리소에서 조사 받는 동안 여권을 압수 당했고 이후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더이상 거짓말로 일관하는 한국을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부산에서 일하는 동안 전혀 쉬지 못했고 하루에 보통 오후 10시 30분까지 일을 해야하는 등 회사는 잔업에 대한 선택권도 주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나라바이 씨는 회사측에게 항의했으나 “너는 한국에 일하러 온 사람이기 때문에 자유가 없다”며 묵살했다고 한다. 나라바이 씨는 함께 일했던 네팔인 라메시 파라시(22)씨도 2월 6일 사업장을 탈출하여 현재 도피중이라고 말했다.
농성이 끝난 후 지난 1월 21일경 나라바이 씨는 목동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에 끌려가 농성주도 인물에 대한 밀고를 강요당했다고 한다. 그는 협박에 못 이겨 “외국인노동자피난처의 김재오 전도사가 시켜서 농성을 강행했다”고 거짓진술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 후 나라바이 씨를 포함한 8인의 네팔 외국인취업연수생들은 부산으로 내려가 산업연수생의 자격으로 서림산업사에서 일해왔다.
그는 현재 코피가 나오고 가슴이 아프다는 통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항공료와 여권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피난처 소장 김재오 씨는 “외국인노동자의 여권을 압수해 돌려주지 않은 채 볼모로 붙잡고 있는 나라는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하며 “임금 직접 지급, 여권소지 등 산업연수생들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이 없이는 국내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를 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정부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