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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강제 출국 당해도 더 이상 갈곳이 없다"

이주 노동자들 농성 4일째, 소두무 씨와 라다 씨의 경우

정부가 1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단속 추방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명동성당을 비롯 안산, 마석,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이주 노동자 전면 합법화'등을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의 농성이 어제로 4일째를 맞았다.

소공동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농성중인 버마 출신의 소모두 씨는 약 9년 전, 버마에서 대학에 다니다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버마는 군사 정부의 통치 아래 놓여 있는데, 군사정부가 친인척 등을 동원하여 관료 자리를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송금하는 돈으로 가족들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 같이 쫓겨날 수도 있지만, 자진 출국을 할 수는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1962년부터 군사독재 체제 아래에 있는 버마는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버마로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비호가 군사 정부를 지탱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군사 정부와 외국 자본의 공생 관계로 형성된 버마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적인 상황은, 현지 사람들에게 '이주'를 강요하는 동시에, 한국의 이주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인 네팔에서 온 여성 노동자 라다 씨 역시 본국에서 대학 다니다가 한국에 오게 되었다. 그는 농성장에서 내내 큰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몸이 아프지만, 같이 싸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강제 출국을 앞두고 집의 보증금도 받지 못해 모든 짐을 그대로 집에 둔 채 농성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첫 발을 디딘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는데 "초기에 하루 12시간에서 16시간까지 강도 높은 노동을 했기 때문에 골병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사측에서 별다른 보상을 해주지 않아, 생계마저 여의치 않았지만, 같이 생활하던 이주 노동자들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생활을 꾸려나가던 중"이라고 밝혔다. 본국에 있는 13살의 자식이 몹시 그립지만,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걱정을 끼칠까봐 현재 한국에서 '불법 체류자'로서 겪고 있는 본인의 상황은 얘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라다 씨는 이주 노동자이면서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는 데에 이중, 삼중의 고통이 따른다고 호소한다. "생리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 것은 물론, 주변에서 성폭행의 상시적인 위험에 시달리는 많은 친구들을 보아왔다"고 전한다. "당장 다음달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친한 동료는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단속 추방 때문에 몸을 숨겨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또한 주변의 이주여성 노동자들 역시 "별달리 뾰족한 대책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아기와 함께 집을 지키고 있다"며 상황을 말했다.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평등노조 이주지부 소속 노동자들은 농성 첫날 노숙을 한 덕에 감기가 걸린 채로 변변한 난방도구도 없이 천막 농성을 계속해나가고 있지만, "강제 출국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