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진보적인 잡지로 국민들의 목마른 진실을 채워주던 시사 월간지 『말』(대표이사 노향기)의 노조위원장이 징계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박스 설명기사 참조) 『말』의 경영진은 지난 18일 ‘해사행위’를 이유로 신준영 노조위원장(33)에게 정직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노조는 21일 오후7시 임시총회를 열고 “회사는 노조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노조와 합의해야 한다고 규정한 단체협약을 위반했으므로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원들은 그동안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직원 모두는 『말』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제안을 했고 경영진은 이를 받아들여 민주적으로 집행해왔으나 현 경영진은 이러한 관례를 무시하고 독단에 가까운 일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22일 성명을 발표하여 “노조위원장에 대한 부당징계 철회를 위해 연장근로를 거부하는 등 적극적인 항의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향기 사장은 “노조위원장에 대한 인사를 노조와 합의해야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 범위에 징계까지 포함되는 줄은 몰랐다. 그러나 노조위원장의 모든 월권행위조차 징계대상이 될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신위원장의 해사행위에 대해서 “회사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선을 벗어난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고 밝히고 있다.
<배경설명>
『말』지는 지난 85년 6월 해직된 기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장 김태린, 민언협)의 기관지에서 출발, 89년 2월 시사월간지로 등록하여 현재 4만부가 발행되고 있다. 『말』지의 소유권은 민언협에 있다. 민언협의 중앙위원회가 『말』의 주주총회이고 임원(이사)은 약 3백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92년 노조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당시 사장 심재탁)측에 ‘장기발전특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할 것을 제의했다. 노사가 합동으로 구성한 특위는 1년간의 활동 끝에 감량과 투자를 통한 기업혁신이 절실하다고 결론 내리고 신규사업을 위한 자본 조달 방법으로 국민주주 방식의 증자를 결정했다. 이 안은 『말』의 주주총회를 맡고 있는 민언협 중앙위원회에 상정되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여 부결되었고 이 안에 반대했던 위원들이 현재 『말』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1년째 노조와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그간 월간『말』은 신규 직원 채용시 경영진이 전체 직원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하는 것과 같이 일반 노-사 관계로 이해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갈등이 노골화 된 것은 현 경영진이 노조가 제시하는 신규사업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친분 있는 인물을 직원들의 동의 없이 영입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말』의 의사 결정기구인 민언협이 내부의 의견 차이로 둘로 나뉘어지면서 새로운 언협을 만든 현 경영진과 기존 언협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직원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
이번 사태도 노조측은 월간 『말』을 살리겠다는 직원들의 뜻을 경영진이 뚜렷한 이유 없이 해사행위로 간주하고 징계를 내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 노조측은 월간 『말』지 사태가 “불법이사들이 연합지도부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며 『말』지에 대한 소유권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겠다”며 “『말』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태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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