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장형진 회장은 대화에 나서서 시그(네틱스) 문제 해결하라!!"
한강대교 아치 위에서 이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리고 29일부터 이틀간 농성을 벌이던 시그네틱스(아래 시그) 여성노동자 네 명은 30일 오후 모두 경찰서로 연행됐다. 하지만 이번 농성을 통해 영풍그룹 한두훈 부사장, 시그네틱스 양수제 사장이 시그노조와의 면담에 응하도록 하는 작은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지난 20일에 이어 두번째인 이번 고공농성에서 시그 노동자들은 △파주공장 이주희망자 전원 수용 △영풍그룹 장형진 회장과의 면담 등을 요구했다.
98년 반도체 조립업체인 시그네틱스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시그 노조는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등 워크아웃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고, '잉여인력 발생시 파주공장으로 배치전환한다'는 합의서를 사측과 체결했다. 동시에 사측은 서울공장을 매각해 부채를 갚고, 서울공장의 시설과 장비는 파주공장으로 이전한다는 약정서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체결했다. 서울공장이 매각되면 파주공장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건 노동자들에게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2000년 회사를 인수한 영풍그룹은 1백80여명의 인원을 정리하고 지난해에는 서울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안산공장에 가서 일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안산공장에 대한 투자계획도 없고 생산량도 서울 공장의 1/9에 불과하다. 즉, 안산 공장으로 간다는 건 대량해고를 의미한다. 이처럼 회사 측이 노동자들의 파주공장 이주를 극구 거부하는 이유는 파주공장에서의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서라고 시그노조는 말한다. 실제 시그네틱스 양수제 대표이사는 지난해 8월 "파주에서 일하겠다는 것은 곧 노조집행부도 파주로 오겠다는 것 아니냐"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현재 파주공장의 생산직 노동자 7백여명은 모두 용역이며 사측의 노동 착취에 저항하는 노조는 없다.
시그네틱스 노조는 사측이 파주공장으로의 이주를 전면 거부한 지난 해 7월 파업에 돌입한 후, 영풍그룹에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목요집회․단식․한겨울 노숙농성 등 고되게 싸워왔다. 하지만 영풍그룹은 노동자들의 면담 요청에 결코 응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측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 행사 △조합원 부당해고 △임금 및 재산 가압류 △업무방해죄 고소 등 노조탄압으로 일관해왔다.
이에 노동자들은 "회사가 전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29일 고공 농성을 감행한 것이다. 30일 오후 3시 경찰에 의해 연행된 임영숙 부지회장 등 4명의 노동자들은 밤 10시 현재 강서경찰서와 용산경찰서에 분산 구금된 상태다. 이번에 임 부지회장은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주말 영풍그룹 관계자와의 면담 약속이 이뤄진 데 대해, 임은옥 시그노조 교육선전국장은 "부사장이라도 면담에 응하게 하는데 1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당장 입장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사태해결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일 것을 끈질기게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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