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없는 연행, 압수수색은 불법
<편집자주> 11월22일 서울지법이 내린 영장주의에 관한 판결은 인신구속과 관련한 원칙을 새롭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현재도 안기부나 경찰청이 인신구속을 하면서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이때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의 불법관행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신구속과 관련 피해를 입은 이들도 이번 판결을 교훈 삼아 법적인 대응에 나서길 바란다. 이에 판결문의 주요 부분을 싣는다.
소외 신석순(경찰청 보안4과 형사)등이 93년 7월13일 피의사실의 요지와 변호인선임권의 고지없이 원고를 강제연행한 것이나(피고 소송수행자는 원고가 압수품의 소유자 구분을 위하여 스스로 위 신석순 등과 동행하였다고 주장하나 동행 경찰관들인 위 허유범, 김송원의 증언 외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소외 임종길 등이 같은 달 15일 구속영장 정본의 제시 없이 급속하게 원고를 연행하여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형사소송법 제209조, 제82조에 의하면 구속영장은 수통을 작성하여 사법경찰관리 수인에게 교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설혹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하더라도 필요한 수만큼 구속영장 정본을 부여받아 그로써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한 경우 구속영장 사본의 소지로써 곧 같은 법 제85조 제3항 소정의 ‘구속영장 정본의 소지 없이 집행할 수 있는 급속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피의사실 요지의 고지 및 구속영장 정본의 제시없이 원고를 강제연행한 것은 형사소송법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불법 연행으로써 모두 위법이다.
또 경찰청 공보담당자가 수사 초기단계에 있는 사건으로써 혐의사실의 진실성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사실은 수사당국에서 원고를 간첩죄 등 혐의로 오랜 기간 내사를 펼쳐왔으며 93년 7월13일부터 15일 석방시까지 이점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추궁하였으나 결국 간첩죄 혐의를 밝히지 못하고 석방한 뒤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구속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타에 전파 가능성이 큰 기자들에게 원고가 북괴의 수괴인 김정일로부터 사주를 받는 간첩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원고에 대한 불법적인 명예훼손행위가 된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사당국에서 법관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 받은 압수, 수색영장에 의하지 않고 원고의 수하물을 임의로 개봉, 수색한 것은 비록 그것이 관세청 직원의 입회하에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모든 수사상의 강제처분은 영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른바 영장주의에 반하는 행위로써 위법하다 할 것이다.
이외에도 수사기관이 원고의 천리안 컴퓨터통신을 탐지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제일, 외환, 한일은행의 예금계좌 입출금상황을 조사하고 지급정지를 요청한 것에 대해 피해보상 요구했다. 그러나 이는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관계기관이 응한 것으로 데이콤, 은행 등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상과 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경찰관들의 불법행위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피고는 경찰관들의 사용자로서 공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원고에게 가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는 위자료 5백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함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