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제반문제를 총망라하는 금세기 마지막 유엔이 주관하는 회의인 제2차 세계주거회의(HABITAT Ⅱ, 세계주거회의)가 세계 1백20개국의 정부대표와 2천1백여개의 민간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6월 3-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는 도시화 문제를 국제적, 국내적으로 개발계획에 우선순위로 놓을 것, 도시관리와 주택개발에 있어서 새로운 정책과 전략수립을 촉구할 것, 도시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에 모든 노력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 정부대표단을 비롯하여 한국민간위원회,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 등 1백50여명이 참석하였다. 4일 한국정부는 이번 회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의회, 민간단체와의 파트너 쉽 강화와 지속가능한 주거개발, 국제협력” 등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연설문의 내용과는 달리 민간단체와의 파트너 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엔은 주거회의를 준비하면서 민간단체와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한국민간위원회의 요구로 정부대표와 민간단체 대표가 잠시 만났을 뿐 협력관계는 없었다. 심지어 정부 대표 연설문, 국가보고서 등의 자료를 요구하였으나, 몇 번을 거급 부탁한 끝에 겨우 연설문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포럼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삼엄한 경비와 검문검색을 거쳐야 했다. 포럼장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포럼장 안 곳곳에 배치된 사복경찰들은 활동을 위축시켰다. 결국 한 강의실에서 열리게 되었던 터키의 인권문제에 대한 토론이 터키 정부당국과 경찰에 의해 폐쇄되어 버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한국민간위원회는 5월 31일 아시아지역 주민 지도자회의를 시작으로 아시아인의 밤, 아시아 도시문제에 대한 토론,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 3개 대륙 민간단체간의 토론 등을 진행했다. 토론의 결과 지속적인 연락관계망 형성, 각 대륙별 책임국가 선정, 인터넷에 주거관련 홈 페이지를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6월 4일에는 아시아의 12개국과 함께 아시아지역의 공통의 과제인 ‘주거권 확보’, ‘강제철거 반대’ 등을 외치며 포럼장내에서 집회와 대중문화행사를 가졌다.
이번 회의의 주요 쟁점은 주거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부가하는 문제, 동등한 또는 공정한 개발 표현문제, 선진국 의무부담 문제, 이번 회의 의제에 대한 이행 조직 기구의 문제이다. 이중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역시 주거권의 문제였다. 비동맹국(G77), 유럽연합(EU)측과 미국, 한국, 일본 등의 대립이 계속 되었으나 결국 미국, 한국 등은 주거권을 기본적 권리로서 인정하게 되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세계주거회의는 한국의 현 상황과 비춰볼 때 몇 가지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첫째, 범 지구행동계획을 토대로 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Plan of Action) 실천이다. 둘째, 정부에서 동의한 주거권 문제를 어떻게 법적으로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셋째, 민간의 참여보장과 민주적 정책결정의 문제이다. 민간의 참여보장과 민주적 정책결정은 국가 행동계획을 세움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며 범 지구 실천행동계획을 실현하는 받침대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정운(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책연구부장)
- 669호
- 이정운
- 199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