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전교도소서 이헌치.김태홍씨 석방
지난 13일 김영삼 정권 개혁초기 구속되었던 대형비리 사범들이 8·15 특별 사면·복권조치로 대부분 풀려났을 때, 진흙 속의 진주처럼 두 명의 양심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헌치(43·재일교포), 김태홍(38·재일교포) 씨.
이중 이 씨는 81년 고국으로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중 임신 9개월인 부인 박정숙 씨와 함께 국보법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때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되었으며, 부인은 조사받는 과정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또한 김태홍 씨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로 유학 와 공부하던 중 보안사에 연행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15일 오전, 동양최대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대전교도소 앞에는 ‘8·15 특별사면 명단’이라고 쓰인 조그만 색지에 ‘3638 이헌치’ ‘3801 김태홍’이라 쓰여진 글씨가 보였다. 그리고 ‘이헌치·김태홍 선생의 출소를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젊은 사람들과 민가협 어머니들이 눈에 띄였다.
10시 20분경 이헌치 씨가 부인과 형님 야마모또 쯔네오 씨의 손을 잡고 교도소 정문으로 걸어나오며 40여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인 박 씨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그는 “나는 연행직후 3일 동안 잠도 못자고 구타를 당했다. 그리고 이미 연행됐을 때 조서가 꾸며져 있었다. 1심에서 사형이 구형될 동안 면회는 물론 변호사의 접견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39년 동안 감옥에 계신 우용각(68) 씨 보다 먼저 나와 너무 죄송하고 부끄럽다”며 “남아 계신분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15분 뒤 김태홍 씨도 일본인 형수와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석방된 사실이 아직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지 커다란 두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서투른 한국말로 고맙다고 거듭 말했다. 그 역시 재일교포 간첩으로 16년 동안 수감되어 있는 손유형(66·전주교도소) 씨의 건강을 걱정하며 “그는 암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다. 그 분과 함께 나오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