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전국대학민주동문회 등의 주최로 3일 오후 5시 경희대 노천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문화공연 <96 당당하게>를 원천봉쇄했다. 그러나, 경찰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몰려든 1천5백여 시민․학생들의 참여 속에 저녁 6시30분경부터 교문 앞에서 약식 공연이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날 경찰력 투입은 학교측 의사와 관계없이 경찰고위층의 결정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당국은 지난달 28일 주최측에 행사 불허 통지서를 보내면서도 ‘행사를 하면 묵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한다. 학교측의 책임 있는 한 관계자는 “우리가 시설보호를 요청한 적도 없는데 경찰 스스로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1일 “학교에서 시설보호를 요청해 왔다”는 이유를 대며 처음으로 원천봉쇄 방침을 통보했다가, 1일 주최측으로부터 “일체 시위를 벌이지 않고 시설도 보호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난 뒤, 원천봉쇄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인 일요일이 되자 상황은 급전되어, 어떤 연유에서인지 서울시경찰청은 전경 15개 중대를 풀어 경희대를 원천봉쇄했다.
행사를 준비했던 신동호(32․민족문학작가회의) 씨는 “학교측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봉쇄할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 같다는 소문이 경찰 방침을 바꾼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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