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무대응, 학교는 수수방관
지난 3일 새벽 1시, 수원대 교정에는 경광등을 설치한 승용차 3대를 포함하여 차량 10여 대가 출현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준비를 위해 늦게까지 남아 있던 학생들은 갑자기 나타난 괴차량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리를 피했다.
다음날인 4일 밤 9시 10분경, 춘천에 위치한 한림대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복경찰 50여 명과 백골단 2-3백명이 학생회관에 들이닥친 것이다.
이들 경찰은 수배중인 정현호(사회복지 89학번, 96년 졸) 씨를 검거한다는 명분으로 대학 교내에 들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쇠파이프와 절단기 등을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대, 한림대 경찰 난입
이 두 사건은 지난해 연세대 사태 이후 대학 내 공권력의 투입이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공권력 난입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의 반응은 '밋밋'하기만 하다. 지난 달 25일 교내에서 영장도 없이 불법 연행되었다 풀려난 경기대생들의 반응도 예외가 아니다.
적법절차를 무시한 연행이었고, 그 과정에서 심한 폭행까지 당했지만 학생들은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양대 부총학생회장 신선호 씨는 "경찰력 투입과 인권유린행위에 대해 학생회와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차원의 법적 대응은 전혀 없다.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연행에 대해 학생들 무반응
한편, 학교당국도 학내 공권력 투입을 방관하거나 묵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 은 "범법자가 있다면 공권력 투입이 어쩔 수 없는게 아니냐"며 공권력의 학내 투입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의 윤상식 학생과장은 "불법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공권력 투입을 양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때로는 공권력 투입에 앞서 학교 당국의 양해를 얻는 관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경찰력 투입에 대해 한림대 학생처장은 "경찰측이 사전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어느덧 '대학이 성역'이란 말은 사라진지 오래다. 자신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조차 지켜내지 못하는 지금의 대학에겐 '경찰의 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절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