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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회 연재> 페스카마호 살인범 전재천 씨가 밝히는 선상폭력의 실상②

도끼와 칼이 난무하는 선상

전재천 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세 자식을 부양해온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중학교 교사로 일하기도 했던 전 씨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원양어선에 오르게 된 것은 가중되는 생활고 탓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한국 원양어선을 타게 된 것은 93년 11월. 막내아들의 교통사고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재산이 거덜났기 때문이었다. 14개월 간의 원양선 생활 끝에 그는 중국 돈으로 5만원이라는 거금을 쥐었지만, 곧 자식들의 학자금과 어머니 병환의 치료비로 지출이 늘면서 생활은 펴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번만 더'라는 자신과의 약속과 함께 두번째 승선을 결심했지만, 그것이 가족과 영원한 이별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96년 6월 12일 전재천 씨는 큰 딸이 정성스럽게 적어 준 '인(忍)'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간직한 채 마침내 운명의 페스카마호에 승선했다.


'인(忍)'을 가슴에 새기고 승선

"6월 16일 저녁 출항했습니다. 일부 선원은 배멀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똥물까지 위로 나오는 것 같았으며, 먹은 것마다 다 토해버립니다. 갑판장은 몽둥이를 끼고 다니며 토하는 선원들의 엉덩이를 발길로 차 댔습니다. '이 XX새끼들아 똥을 쳐먹냐'며 갑판장은 몽둥이로 엉덩이를 한 대씩 내려쳤습니다. 선원들은 배멀미에 없는 기운을 참아가며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매일 저녁 10시까지 그렇게 작업을 했습니다."

"18일 갑판장은 중국선원을 희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춘승에게 '야 암캐있냐 새끼 있냐'고 물었지만, 이춘승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야 애기 있냐, 애는 어디로 나왔냐, 너 암캐의 홍문에서 빠져나온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 그의 머리를 돌려가며 밀어넘어 뜨렸습니다. 동물처럼 장난을 쳤습니다. 이때부터 선원들은 한국인의 심심풀이가 되었고, 희롱·폭행·구타 등을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21일 오전 당직을 서고 있는데 갑판장이 나를 불렀습니다. 갑판장은 나를 보고 '야 이 X새끼야, 빨리 안 기어나오고 왜 이제 나오는 거냐'며 말할새도 없이 귀퉁을 후려쳤습니다. 코와 입에서 선지피가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갑판장 에게 빌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하며 빌고나서야 갑판장은 손을 뗏습니다. 지금도 갑판장이 무엇 때문에 때렸는지 모릅니다."

"24일 심하게 맞은 최일규, 로사디는 한참 동안 정신을 잃었고, 닉슨은 입감에 맞아 앞니가 부러졌습니다. 매일 이렇게 폭행을 하는가 하면, 선원들 보고 '고기 한 마리값 보다 못한 새끼들, 말 안 들으면 바다에 쳐 넣어 버리면 그만이야'하며 밥도 못 먹게 했습니다."


"바다에 쳐 넣으면 그만이야"

"26일 중국선원 6명은 갑판장의 핍박을 더 참을 수 없어, 선장님 앞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갑판장의 잔혹한 행위에 더 견딜 수가 없으니 선장님께서 갑판장님을 교육하여 공작 방침을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며 '금후에 폭행만 시정해 주신다면 작업을 참답게 할 것입니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27일 갑판장은 백춘범에게 '이 XX새끼 빨리 끼지 못해?'하며 얼은 입감을 머리에 던졌습니다. 선장도 고기뿔로 머리와 팔 등을 후려쳤으며, 발로 차기까지 했습니다. 백 씨는 당황하고 긴장하여 입감을 더욱 헷갈리게 끼웠습니다. 선장은 더욱 날뛰며 백 씨의 머리카락을 잡고 바닥에 넘어뜨렸습니다. 선장은 그를 발고 밟고 입을 비벼주었으며 백 씨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렀습니다.…선장은 정신나간 사람 같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선장은 루노만의 등을 쇠파이프로 때리며 '이 검둥이 X새끼들 너희들도 다 같아'라고 소리쳤습니다. 어깨를 맞은 루노만은 그 자리에 앉아 울었습니다. 투승작업판은 흉기가 난무하는 전쟁판과 같았으며, 모두 부상을 입고 구석만 찾아다녔습니다."


조리사, 칼과 도끼를 들고 찍어

"7월 15일 점심때 레인과 요크가 밥을 먹으며 밥알을 흘리고 국을 쏟았습니다. 조리사가 욕을 했고, 요크가 인도말로 무어라 하자, 조리사는 칼을 들고 와 요크를 찔렀습니다. 요크의 허리띠에 찔려 칼자루가 부러졌습니다. 요크와 레인이 달아나니 조리사는 선미 위까지 따라와 도끼를 들고 달아나는 레인의 팔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날이 아니라 도끼등 이었습니다. 레인은 이때부터 작업을 못했습니다."

"26일 레인은 투승작업에서 미처 스나뿌를 치지 못했습니다. 갑판장은 레인의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레인의 두 귀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레인은 더 참지 못하고 조타실에 올라가 선장을 찾았지만, 선장은 레인을 욕하고 꾸짖었습니다. 레인은 할 수 없이 하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28일 선장은 내게 레인을 다른 배에 데려다 주라고 했습니다. 선장은 다른 배 선장에게 '이 깡패같은 인도인은 칼을 들고 갑판장에게 달려들어 강제하선 시키니 절반 죽여놓아'라고 말했습니다. 레인이 그 배에 오르자 선장은 레인을 '이 X새끼' 하며 마구 때렸습니다. 인도인 레인은 그렇게 비참한 처지로 하선 당했습니다."

*선상반란의 결정적 동기가 되는 '선장의 하선 결정' 부분부터 살인에 이르는 과정이 22일자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