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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극에 치달은 경찰 과잉강제수사

농성 방문자, 알몸 조사·집시법 적용


농성중인 친구에게 옷을 전해 주러갔다가 연행된 한 여대생이 조사과정에서 발가벗긴 채 신체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집시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어 과잉강제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 여대생(21)은 지난 15일 새벽 0시30분 한총련 소속 대학생이 농성중인 조계사에 들어갔다가 새벽 5시에 정문에서 종로경찰서로 연행되었다. 그녀는 “난 데모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친구에게 옷을 가져다주려던 것이었다고 말했지만, 경찰측은 농성을 하러간 게 아니냐며 자백을 강요했다. 또 몸수색을 한다며 작은 방으로 데리고가 여형사 1명이 속옷과 양말까지 다 벗기고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연행직후부터 오전 11시까지 조서를 쓴뒤, 오후 3시까지 종로일대를 끌려 다니며 알리바이 조사를 받았다. 그녀는 16일 오후 8시에야 불구속 입건조치를 받고 풀려났다.

이에대해 차병직 변호사는 “농성중인 사람도 아니고, 옷을 전달해 주러간 사람을 체포한 것 자체가 과잉강제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현행범이나 긴급체포의 형식으로 체포했다하더라도 묻거나 만져보는 등 다른 수색방법이 있을텐데도 옷을 벗기고 수사를 한 것은 지나친 수사”라고 말했다.


의사표현의 자유마저 뺏긴 한총련
조계사 농성 9일째

지난 11일부터 19일 현재까지 한총련 소속 대학생 40여 명이 조계사에서 농성중인데, 경찰이 귀가학생까지 연행하고 있어 농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당초 한총련 소속 대학생 54명은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철회와 와해책동 중단 △대선자금 공개와 김영삼 정권 퇴진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및 평화통일민족대회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범청학련 통일대축전이 원천봉쇄되고, 평화통일민족대회 마저 대학생 참가가 불허되는 상황에서 15일까지 예정되었던 농성은 연장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측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 지방에서까지 식구들이 올라와 해산을 종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19일 오전 8시 한 여학생은 “밖에 엄마가 와 있다”는 말을 듣고 조계사 문밖으로 가까이 갔다가 들이닥친 전경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때 이 여학생의 연행을 막으려했던 대학생 3명도 함께 연행되었다.


경찰, 가족동원 해산종용

정학철(농성단 대표?전남대 조경학과 4) 씨는 “법당내에는 10-20여 명의 사복경찰이 계속 감시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의사를 주장할 수도, 농성할 자유마저 없다. 공안당국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몰아가고 있지만 국민들은 지금껏 사회민주화를 위해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를 생각해 보고 학생들에게 믿음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당 내에서 노숙을 하며, 현재 선전전과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연행된 학생들이 풀려날 때까지 계속농성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