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측 버티기, 평택시 유착 시비
평택 에바다농아원 사태가 2일로 4백32일째를 맞았다. 96년 11월 27일 농아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비리재단 퇴진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한 이래 햇수로 3년째 사태가 이어져온 것이다.
에바다농아원생들의 농성은 최성창 전 이사장등 재단을 장악한 최 씨 일가의 비리, 그 속에서 농아 학생들이 겪은 비인간적 처우에서 비롯됐으며, 이는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이로인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성재 의원(국민회의)의 추궁에 따라, 김선기 평택시장이 "11월말까지 현 에바다재단 이사를 전원 승인취소하고, 덕망있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20여 명의 농아원생들과 10여 명의 교사들이 연일 평택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2일엔 「에바다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소속 회원과 각 대학 특수교육과 학생 2백여 명이 국민회의 당사 앞에서 '에바다 비리재단 퇴진 및 장애인 인권 수호 결의대회'를 갖는 등 사태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친인척, 여전히 실권 장악
특히 감시·감독권을 쥐고 있는 평택시측이 오히려 재단측을 편들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현재 평택시측은 "에바다 재단 비리에 대한 법적인 조치사항은 모두 완료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평택시는 지난해 12월 19일 평택시 사회환경국장을 관선이사장으로 선임하고, 이사진을 교체함으로써 형식상의 조치는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권을 쥐는 상임이사 자리에 최성창 전 이사장의 동생인 최성호 씨를 임명함으로써 재단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여전히 재단을 장악·운영하는 길을 터주게 되었고, 이는 재단과 시청 간의 유착 의혹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농아원생과 공대위측은 특별감사를 통해 재단·시청 간의 유착의혹을 밝히고, 최 씨 일가를 전면 퇴진시켜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4백만 장애인 인권의 밑거름
아직까지 사태해결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해말 임명된 이사진을 다시 교체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에바다 사태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시설의 오랜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이나 지난해 충남 수심원 사태에서 보듯, 반짝 여론의 관심을 끌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비리재단이 다시 복권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재 의원실의 서동명 비서관은 "해결책은 재단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래야 '잘못하면 재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시설운영자들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장 4백여 일이 넘는 투쟁 속에서도 에바다농아원생들의 결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번 싸움이 4백만 장애인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