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장애인에게도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당연한 요구를 '침탈'과 '연행'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짓밟아 파문이 일고 있다.
4일 새벽 5시 30분 경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10일째 농성을 벌여온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 6명과 당시 인천시교육청 현관에서 농성 중이던 회원 13명이 인천 남동경찰서로 강제 연행됐다. 이날 교육감실에서 농성하다 경찰서로 연행된 양승은 공동집행위원장은 "경제자유구역이니 뭐니 하며 가진 자들만을 위한 교육정책을 펴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권리인 교육권을 보장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강제 연행을 통해 짓밟은 것은 스스로 장애인 교육권을 보장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인천시 장애인 교육차별 해소를 위한 14개 요구안'을 인천시교육청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지난 7월 26일부터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특수교육예산 6%(교육예산 대비) 이상 확보 △모든 공립 및 병설유치원에 특수학급 신설 및 특수교육 대상자가 있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급 설치/증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학생에게 전담인력과 전담공간이 확보된 방과 후 프로그램 전면 실시 등 14개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교육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교육청의 협상안에 대해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최종적인 목표 실시 시기와 구체적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예산에 대한 정확한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요구안을 실행할 의지를 찾을 수 없다"고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였던 한국뇌성마비연합 인천지부 이제유 지부장은 8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요구안에 대해 인천시교육청과 합의했다"며 '인천시 장애인 교육권 쟁취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합의문에서 이 지부장은 △2008년까지 특수교육 예산 비율 6% 확보 △신설 학교의 특수학급 교실확보 의무화 등을 포함하는 16개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기존의 14개 요구안에 △특수교육발전협의회 운영 △직업전환지원센터 연구·추진 안을 추가한 것.
하지만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같은날 바로 성명서를 발표해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이 지부장을 인천시교육청과의 협상에 공식 대표로서의 자격을 부여한 적이 없다"며 "이 지부장이 개인적으로 인천시교육감을 만나 합의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지부장이 합의한 내용은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에 대부분 미흡한 내용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양 공동집행위원장은 "이 지부장의 합의안은 '여건을 감안하여 노력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논의하여 진행한다' 등과 같은 애매한 표현들을 통해 교육청의 입맛에 맞게 합의됐을 뿐"이라고 일축하며 "최대 당사자인 장애학생 부모들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 "인천시교육청이 협박과 회유를 통해 이 지부장을 활용하고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청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 지부장은 3일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를 탈퇴할 것"을 발표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 지부장과의 '이면 합의' 후 '합의가 끝났으니 인천시교육감실에서 즉각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와의 실질적인 협상을 거부해왔다. 또 경찰 측에 시설보호를 요청해 2일부터는 대규모의 경찰병력이 동원돼 교육청 건물의 출입을 봉쇄했고 3일에는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김태완 대표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3일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는 전국의 장애인교육권연대 회원들과 함께 인천시교육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양 공동집행위원장은 "교육감실 농성은 강제 해산됐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요구안은 하나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요구안이 모두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 교육권을 주장하는 외침들은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대전과 대구에서도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고 이미 만들어진 충북과 울산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7월 25일부터 △장애인의 복지에 관한 중장기 종합계획 수립 △현재 0.66%인 전체 예산대비 장애인복지예산을 8개도의 평균 수준으로 증액 △장애인 복지 차별 해소를 위한 지역별 소규모 장애인 시설 설립 등을 요구하며 도청 점거농성을 진행하다 29일 경상북도와 합의에 도달한 후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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