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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가협 목요집회, 안기부 고문사례 폭로·정형근 의원 규탄


9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제224차 민가협 목요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특히 안기부에 의한 과거 인권유린 행위가 집중적으로 폭로되었고, 안기부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집회에 참석한 김낙중(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구속) 씨의 부인은 "92년 당시 대공수사국장이었던 정형근 의원(현 한나라당)은 남편을 36년간이나 간첩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언론에 거짓소문을 퍼뜨리고 시민들의 편견을 조장한 사람"이라고 규탄하며 "더 이상 굴곡된 역사의 희생양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사건으로 구속된 양홍관(12년형, 현재 대구교도소 구금) 씨가 안기부에서 당한 '고문' 사연도 소개돼 참석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양 씨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지칠 대로 지친대다 수치스런 고문까지 당한 상태에서 더 이상 버틸 힘을 상실했다"며 당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했음을 밝혔다. 이 편지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가 자행한 고문은△집단구타 △손가락 사이에 나무막대기를 끼운 뒤 비틀기 △비녀꼽기 △엎드려 뻗치기 및 쪼그려 뛰기 △손가락으로 눈 찌르기 △성기귀두 뽑기 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 씨의 어머니는 집회에 전달한 글을 통해 "홍관이가 안기부로 연행될 때인 92년 9월은 대통령선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때로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요즘 안기부가 북풍공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던 것이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아들을 비롯해 억울하게 갇혀 있는 사람들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권오헌 민가협 공동의장은 "국가안전기획부의 '기획'은 '기획'이 아닌 '공작'이었다"고 비판하며, "온갖 조작사건과 정치개입으로 국민불안, 국정혼란을 가져온 안기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만일 안기부가 정말 필요한 조직이라면 해외정보만을 담당하도록 하고, 국내정보분야는 검찰이나 경찰에서 담당하도록 해야하며 안기부의 수사권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