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살지 않고는 가난을 모릅니다"
인도의 독립 이후, 케랄라(Kerala) 주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고, 연방 대법원 판사에까지 올랐던 아이아(82세)씨는 사실 '근엄한 판사님'으로서보다는 억압받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는 인권운동가로서 소개되는 것이 보다 정확할 듯 하다. 아시아인권헌장 선언대회 본행사 첫날, 인권운동사랑방 운영위원 곽노현 교수(방송대)가 아이아 씨를 만나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곽 : 선생님처럼 급진적이신 분이 대법원 판사를 지내셨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법관으로 계시면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아이아 : 1973년부터 80년까지 대법원 판사로 있으면서, NGO(민간기구)들의 공익대표 소송을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 조치로 가난한 사람들도 법정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되었죠. 80년 퇴임한 후에도 빈농들, 여성, 노동자 등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아옵니다. 저 스스로도 민중과 함께 하는 모든 사회운동에 함께 하려고 하구요. 가난한 사람과 살지 않고, 가난한 삶을 알 수는 없지요. 사실 퇴직한 후에도 나를 위한 시간은 하나도 없어요.
곽 :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일텐데요. 어떤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우시는 건가요?
아이아 : 사람들은 모두 신성한 존재들입니다. 신성함을 지니고 있는 우리 모두, 서로에게 형제, 자매, 딸, 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인권이 영적 차원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모든 종교가 예외없이 설파하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죠.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어요. 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즐거워요.
곽 : 이제야 선생님 말씀에 힘이 넘치는 이유를 알겠군요. 그건 그렇고, 인도의 국민인권위원회에 대해 이빨없는 호랑이라고 평하신 걸 들었는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이아 : 기본적으로 민사 손해배상과 형사처벌에 대한 권한이 없으니 무력할 밖에요. 그런 권한을 줘야죠.
곽 : 아이아 씨께서는 세계화, 자유화, 민영화에 저항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 방법에 대해 갖고 계신 생각이 있습니까?
아이아 : 민중들이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야합니다.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공공부문산업은 보통의 산업과 달리 이윤 추구에 목적이 있다기 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기, 옷 등을 값싸게 공급하는데 큰 역할을 하죠. 그런데 IMF는 공공부문을 축소하라고 합니다. 그런 IMF에 대항해 일어나야 합니다. 무릎꿇고 기느니 한동안 굶을지라도 저항해야죠. 그러려면 모든 국민이 초긴축을 한동안 감내해야 할 거예요.
곽 : 이건 좀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을 텐데요. 최근에 있었던 인도의 핵실험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아이아 : 전, 모든 핵에너지에 반대합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원을 낭비하면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핵무기 경쟁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와요. 핵무기가 세계평화유지에 기여한다고 떠드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완전히 환상입니다.
곽 : 마지막으로 본인은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고 계십니까?
아이아 : 저는 사회주의자라 할 수 있습니다. 법관으로 있을 때나, 변호사로 있을 때 언제나 인도 헌법을 사회주의적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인도 헌법이 매우 급진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성격을 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