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남편 실직 등 이중고
정리해고 바람 속에 일터에서 해고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기혼여성들 가운데, 자신의 해고와 남편의 실직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혼여성들의 구직신청도 자연스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7년 1월부터 무료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여성노동자회(회장 유옥순)는 "IMF이후 올 1월부터 5월달까지 총 370여명이 구직상담을 해 왔으며, 그 숫자는 매달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5월달 들어 구직상담을 해온 107명 가운데 기혼여성은 72명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 72명의 구직사유는 본인의 실직(41명)이 가장 많았고 남편의 임금삭감(19명)과 실직(12명)이 뒤를 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실질적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여성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에 나선 기혼여성들은 "회사의 휴·폐업 및 부도로 남편이 하루아침에 실직됐기 때문에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남편이 실직하고 갑자기 가출해 버려서 이제는 내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아이들은 커가고 걱정이 태산같다." "남편과 사별해 고등학교에 다니는 2명의 아이들과 가계를 꾸려야 하지만 최근 일자리가 전혀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는 등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구직자 가운데 40-49세에 이르는 기혼여성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재취업은 물론 해고당해도 실업급여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자회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집단상담을 받고, 지방노동사무소에 찾아가 구직등록을 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