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 돌입
비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보랏빛 손수건을 쓴 어머니들은 또다시 명동성당으로 모여들었다.
6일 명동성당에서는 8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될 「98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 첫날의 막이 올랐다. 오전 10시 이갑용 민주노총 위원장, 이창복 전국연합 의장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98 양심수 석방을 위한 캠페인’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은 “모든 양심수의 조건없는 사면”과 “양심수를 양산하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과 구제도를 개혁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인권타임캡슐’이란 이름 하에 펼쳐진 퍼포먼스에선 전투경찰의 방패, 곤봉과 푸른 수의, 포승줄 등 인권침해의 갖가지 상징물들이 등장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행사에선 출소 장기수 김선명(95년 석방, 45년 복역) 씨가 0.75평 독방의 축소모형을,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한 바 있는 박충렬(『말』지 사장) 씨가 이근안의 사진을 던져 넣는 등, 인권피해자들이 각각의 상징물을 타임캡슐에 묻는 시간을 가졌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3일 내내 명동성당 입구에서 진행될 ‘하루감옥 체험’의 첫날에는 시인 곽재구 씨, 탤런트 김혜수 씨, 변호사 박주현 씨 등이 참가해, 양심수들의 고통을 함께 나눴다. 한번도 감옥에 갇혀 본 적 없는 이들은 교도관들의 위압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0.75평 감옥에 갇혀 저녁 6시경까지 하루를 꼬박 그 안에서 보내야 했다. 배우 명계남 씨 등은 교도관에게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다 징벌을 받기도 했다.
감옥체험의 하루가 거의 끝날 즈음 포승줄에 묶인 채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박상환 교수는 “감옥 생활 자체가 인간을 마모시키는 것 같다”며 “양심수 문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국가보안법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배우 박광정 씨는 “사실 조용하게 경험하고 싶었는데 사진도 많이 찍고 해서 좀 쑥쓰럽다”고 운을 뗀 후, “하루감옥 생활도 이렇게 모든 것이 불편한데 오랫동안 감옥에 계신 분들의 고통을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며 “다 빨리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빠! 보고싶어요!”란 제목으로 열린 이날 목요집회에는 감옥 안에 부모를 둔 아이들이 나와 보고싶은 엄마, 아빠를 찾았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아빠 강희철 씨(86년 구속)를 그리는 명완이의 슬픈 사연도 소개됐다. 또 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구속된 장창호 씨의 부인 차정원 씨는 “준법서약서를 안 쓰고 단식에 들어간 남편의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자신의 양심에 따라 준법서약서를 안 쓴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걱정된다”고 심경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