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대학 ‘특별위원회’ 구성 후 활동 들어가
“노동의 기쁨(?)을 알기도 전에 노동에서 소외된 사람의 고통이 오죽하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졸업한 선배들에겐 대학원이 유일한 대안입니다.”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 기업의 신규채용마저 줄면서 대학생들 역시 실업의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내년초면 졸업후 취직 한번 못해본 실업자가 4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4학년들 사이에선 “너 취직했냐?”는 말이 인사말로 오고가는 형편이다. 정부가 ‘인턴사원제’라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예비실업자들의 눈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일 뿐이다.
한편에선 냉소와 패배주의
그런데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학생들의 반응은 조용하다. 학년에 따라, 대학별 차이에 따라 체감도가 다른 것도 주된 이유겠지만, 90년대 들어 확산된 개인주의적 경향으로 인해 냉소와 패배주의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시된다.
취업을 준비중인 이 아무개(서강대 91학번) 씨는 “학생들 사이에선 ‘자전거 탄다고 실업문제가 해결되겠느냐’고 말하는 애들이 많다”고 말한다. 24일 서강대에서 진행된 ‘청년실업문제 해결 촉구 자전거대행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씨에 따르면, 심지어 “빨리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게 상책”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한다. 나갈 사람이 어서 나가줘야 신규취업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는 올 연말의 취업 현황이 대학생들의 대응방식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적 좋고 능력있는 학생들조차 취업에 실패하게 되면 위기감이 확산될 수 있겠지만, 몇 명이라도 취업이 되면 모두 개인의 능력문제로 치환해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청년실업자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실업문제에 대한 대학사회의 공동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여름 16개 대학이 모여 준비하기 시작한 ‘민중의 기본생활권 쟁취와 청년실업 대책 수립을 위한 전국학생특별위원회’(위원장 최승현 서강대 총학생회장)가 지난 18일 서울대에서 정식으로 발족했고, 지금은 수도권, 경남, 충남북 지역의 30개 대학이 특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최승현 위원장은 “앞으로 참여대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위원회는 우선 26일 서울역에서 열리는 민중대회에서 참석해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 △취업연령 상한제 철폐 △재벌재산 환수를 통한 실업기금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용안정과 실업문제 해결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청원하기로 하고, 각 대학별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당면한 실업문제 속에서 대학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주목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