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에바다 사태 2년 경과

비리재단 버티고 … 농아원생들 지치고


경기도 평택시 에바다농아원(농아학교) 사태가 27일로 2주년을 맞이한다. 그러나 에바다 비리재단의 퇴진을 요구해온 농아원생과 교사들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에바다농아학교는 또 다시 파행운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재단에 비판적이었던 농아 학생들과 교사들이 학교 출입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농아원 인근 ‘해아래집’에서 숙식중인 농아학생들과 교사들은 “이성재 의원(국민회의)이 어서 빨리 이사장으로 부임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지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이성재 의원에게서 한 가닥 희망을 찾는 것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이 의원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이 의원은 김선기 평택시장에게 에바다재단의 이사진을 개편하지 않는 까닭을 추궁하며 스스로 ‘무보수 이사장’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관할관청인 평택시청은 에바다 사태 처리에 있어 여전히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은 이사장 승인취소 등의 적극적 조처 대신 재단에 이성재 의원을 이사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권고를 보냈을 뿐이다.

관선이사장의 태도는 더 한심할 따름이다. 박영규 관선이사장은 “나는 아무런 권리도 없는 중재역일 뿐”이라며 “이성재 의원이나 국정감사장의 높으신 분들과 상급기관에 물어보라”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에바다농아원 사태는 지난 96년 11월 27일 농아원생 60여명이 “식사를 제때 달라” “기숙사에 난방을 켜달라” “방학과 휴일에 고향에 보내달라”는 등의 처우개선 요구와 최실자 전 원장의 후원금 착복 및 비리 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검찰수사와 행정기관의 감사 결과, 원생들에 대한 강제노역과 임금착복, 인건비 이중수령, 보조금 횡령, 직원 임금과다지급, 호적 및 주민등록 이중등록 등의 비리사실이 드러났고 최성창 전 이사장과 최실자 전 원장, 양봉영 총무 등이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속됐던 재단 운영자들이 다시 에바다농아원에 복귀하면서 문제의 불씨는 계속 남게 됐다. 특히 최실자 전 원장은 석방 후 재단운영과 직원채용에 관여해 왔고, 매달 50만원씩을 후원회 통장에서 인출해 간 사실이 국정감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에바다농아원 사태는 사회복지시설의 비리 및 인권유린에 대한 상징적 투쟁으로 주목받아 왔다. 대개의 시설비리 사건이 한때 문제가 되었다가도 그 뿌리는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년이 넘게 지속되는 에바다 사태의 추이를 지금도 수많은 장애인과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