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거듭 비판, 정부 입장 요지부동
30일 국제앰네스티는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50주년을 맞아 "이제는 국가보안법 남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라며 한국정부에 국보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앰네스티는 "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반대세력과 경제위기를 핑계로 국보법 개정을 미루고 있지만, 법개정이 지연되면서 새로운 희생자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며 "세계인권선언과 한국정부가 스스로 서명한 국제인권조약에 따른 국제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보법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지탄을 받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다.
92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국보법은 시민·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조약의 실현에 중요한 걸림돌"이라며, "국보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하라"는 권고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매년 열리는 유엔인권위 때마다 국보법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치 못했다. 특히 95년 6월 한국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조사한 아비브 후세인(유엔인권위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씨는 "한국정부가 국가안보를 빌미로 국보법을 남용해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철폐"를 강력히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한편에선 국제적 인권단체들의 비판도 거셌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해 미국의 케네디인권재단과 세계기독학생연맹, 국제고문반대연합, 중남미 정의평화봉사회, 국제펜클럽 등 민간 인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국보법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거론해 왔다.
심지어 미국 정부조차도 국보법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미 국무부는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인 94년부터 매년 "한국의 국보법은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시민적 권리를 침해하는 데 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여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96년 52차 유엔인권위에서 아비드 후세인 특별보고관의 보고에 대해 반박발언에 나섰던 박창일 주 제네바 차석대사는 "국보법은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수단이며 국보법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한국민의 공통의 정서"라고 강변했다. 올해 열린 54차 유엔인권위에서는 주기철 주 제네바대사가 "국가보안법에 관한 한국 민간단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국내 민간단체들의 주장을 호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내외의 비난을 외면한 채 존속되어 온 국가보안법이 오늘로 제정 50년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