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 50주년, 산적한 과제
세계인권선언은 다양한 문화·정치·종교적 차이 등을 뛰어넘어 인류역사상 최초로 국제사회가 합의해 낸 인권문서였다. 바로 그 다양성과 차이로 인해 인권선언에는 "최소한의" 인권만이 담겨지게 되는데, 이는 거꾸로 세계인권선언이 인류의 "보편적" 기준이자 양도할 수 없는‚ 인권원칙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
"인간은 누구나 타고난 존엄성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선언 1, 2조로부터, "남의 권리도 나의 권리와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30조에 이르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인권의 내용과 원칙들과 만날 수 있었다.
생명과 신체의 자유, 강제노동의 금지, 고문금지, 법 앞에 평등, 자의적 체포·구금의 금지, 사생활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망명의 권리, 국적의 권리, 결혼의 권리, 재산권,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정치참여의 권리 등 자유권 조항과 사회보장의 권리, 노동·휴식의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의료·주거 등의 권리, 교육의 권리, 문화·과학의 권리 등의 사회권 조항들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이 가깝게는 우리 헌법의 조문 속에도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언과 헌법의 정신에 비춰본 우리의 모습은 사뭇 부끄러운 게 현실이다. 세계인권선언과 공존하는 국가보안법의 존재, 해고와 실업의 나락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의 삶 등을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 앞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그리고 쟁취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나아가 이미 50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이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인권의 내용, 선언의 제정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관계에 밀려 누락되었던 인권의 내용 등, 선언이 담지 못한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인권헌장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