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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국민정부 교육부장관의 교육관과 인권관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대학신입생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에 대하여 항의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나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교육부와 언론사에 항의서한을 보낸 것은 그 시작일 뿐이었고, 급기야 이 장관이 3월 4일 예정되어 있던 한양대에서의 교양선택과목인 <청년문화 특강>의 일일강사로 초빙되었다가, 학생들의 반발 때문에 강의를 취소하고 총장들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던 부산대에는 학생들의 정문 봉쇄로 들어가기조차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가 그 수장이 인권대통령으로 불리우기를 원하는 자칭 ‘국민의 정부’에서 그것도 가장 개혁적인 인사라는 교육부 장관이 한 일이라는 데서 그 문제는 심각하다 할 것이다.


인권과 교육은 불가분의 관계

인권이라는 개념은 당연히도 인간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가치 부여할 때만이 인권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인간을 객체로 취급하지 않고 자율적인 주체로 보는 생각이고, 타인이 나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보면 나와 다른 처지에 있으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인간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아니하는 것에 그 본질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에서도 사상양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제일로 논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자가 학생의 생각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고 자율적인 판단능력을 존중하는 기초아래 그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돕는 것이 인권을 중시하는 교육이며, 그러한 자율적 교육분위기에서 자라난 청소년이야말로 상대방의 권리를 배려하며,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권과 교육의 문제는 떼어놓을 레야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은 무엇보다도 인권에 있어 기본적인 사상의 자유를 말살하여 하였고, 교육에 있어서는 피교육자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정권들을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정권으로 부르는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 분야에서의 사상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여지없이 짓밟혔고 피교육자는 자율성을 잃어버린 채 주입식교육, 입시교육 그리고 출세를 위한 교육만을 강요받았다.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인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기대하였다. 또 이해찬 장관이 교육부장관으로서 취임했을 때, 이 장관 또한 독재정권 아래서 대학시절을 보냈고 이에 저항하다가 형사처벌을 받기조차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분인 교육부분에서 더욱 큰 기대를 하였다. 그러기에 국민의 정부가 지난 1년간 준법서약서니, 국가인권위니 하는 기본적인 문제에서조차 논란을 벌인 것을 두고도 수십 년간 정권을 장악해 온 보수기득권세력과의 갈등의 문제로 보아주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개혁주자라고 불리는 이 장관의 편지파동을 보면서 우리의 동생, 자녀들이 구시대의 정권 아래에서와 마찬가지의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떨쳐 버릴 수 없게 된다.

이 장관은 자신의 행위가 신입생들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의 학생운동이 실제로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대학생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신입생들에게 학생들의 대표기관에 대하여 부정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그 결과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고 은근히 위협한 것은 강요가 아닐 수 없으며, 따라서 학생운동이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해도 그 편지가 가지는 반인권성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교육부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지난 날 군사독재정권과 구 정권아래에서도 이런 일들이 있었기는 하였다. 그것은 그 내용 자체를 떠나 ‘별일 아닌 것’이었다. 그 정부 자체가 국민들의 인권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전면적으로 벌어지던 학문의 자유에 대한 탄압과 인권유린이 어쩌다가 신학기를 맞아 편지 형태로 노골화되었다고 해서 새삼스러이 더 분개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은 문제가 다르다.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장관의 이러한 편지 파동이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것에 대하여 더욱 큰 우려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로 우리 사회는 아이엠에프라는 태풍 때문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고, 경제난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모은다는 취지 아래에서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세력들이 오히려 희생을 각오하고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숨을 죽여야 했었다. 게다가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 으레 따르기 마련인 개혁이니 인권이니 하는 현시적인 정책제시도 1년이 지나면 시들해지는 것이다. 구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숨죽였던 기득권 세력이 새 정부의 실책을 잡아 개혁세력을 걸고넘어지는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태한 시점에서 개혁의 선두주자라고 하는 사람조차 교육에 있어서의 인권의 문제를 깊이 생각치 않고 구정권의 악습을 되풀이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앞날에 대한 큰 근심을 떨칠 수 없는 것이다.


정연순(변호사, 법무법인 한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