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등지에 다시 노숙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8일 노숙자다시서기 지원센터가 서울역, 영등포역 등지에서 실시한 노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역 주변의 노숙자 숫자가 ‘자유의 집’ 개소(99년 1월 4일) 이전과 비슷한 규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겨울 노숙자 보호시설인 ‘자유의 집’으로 입소하고 경찰이 역 주변 노숙을 금지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던 노숙자가 봄을 맞아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것이며, 경찰과 노숙자다시서기 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서울역 주변의 노숙자만 2백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서울역 주변으로 몰리고 있는 노숙자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되고 있다. 우선, ‘자유의 집’ 또는 ‘희망의 집’ 등 노숙자 수용시설에서 퇴소한 사람들이 한 부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 올라온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역 노숙자 상담소의 박래형 씨는 “하루평균 25-30명 정도의 노숙자들이 상담을 하는데, 그 중 절반이 ‘자유의 집’이나 ‘희망의 집’에서 단체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노숙자들이 다시 거리에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 일선 노숙자 상담원들은 “1년 간에 걸친 정부의 실직노숙자 대책이 별 실효성을 보지 못한 증거”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의 김유경 과장은 “자유의 집과 희망의 집은 노숙자를 위한 임시 보호시설일 뿐이다. 장기간에 걸친 노숙생활로 인해 노동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에게 이벤트성 프로그램이나 일시적 경제지원은 자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공공근로사업 역시 노숙자들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된 생활을 위한 대책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유경 과장은 “새로 유입되는 노숙자들과 3월 21일 공공근로가 끝나는 희망의 집 노숙자(98년 9월 21일 입소자)들을 위해서는 공공근로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숙자 가운데엔 지난 겨울 동안에도 노숙생활을 계속해오다 뒤늦게 ‘자유의 집’에 입소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은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소를 찾은 한 노숙자(52세)는 “1년 2개월간 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노숙생활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자유의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또 다른 노숙자는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있었지만, 가을부터 전혀 일을 하지 못한 채 노숙을 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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