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찬양하고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만으로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일 대전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한상곤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종철(27․98년 충남대 동아리연합회장) 씨 등 제6기 한총련 대의원 2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한총련은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며 "단지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는 언동을 하고 북한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을 모두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령이나 활동내용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를 비판하거나 북한 사회를 찬양하고 북한의 주장과 일치되는 주장을 하는 것만으로는 반국가활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최근 유엔인권이사회가 "박태훈, 김근태 씨 사건에서의 유죄판결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표현의 자유 및 그 제한에 관한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견해를 채택한 사실을 지적하며, "대한민국은 인권이사회의 결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국제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사법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은 국가보안법에 관한 인권이사회의 견해를 가능한 한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보법 사건, 하급심서 잇따라 '무죄'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 재판부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99년 제7기 한총련까지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검찰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한총련은 그 의장 및 간부, 대의원들이 1년을 임기로 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전원 교체되고, 매기수마다 별도의 출범식을 행하고 있어 매년 한총련의 노선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바, 비록 제5기 한총련(97년)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제6기 한총련(98년)이 당연히 이적단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강령의 내용이나 활동 등을 검토하여 보아야 이적단체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며 "제6기 한총련은 그 강령에 있어 다소 북한의 주장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적단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은 최근 일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과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권고 및 압력을 고려한 것으로서 사법부 내에서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하려는 경향이 확산되는 조짐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월 17일 서울고법 형사5부는 천리마 노래단 사건에 대해 "조직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며 이적단체구성 혐의에 무죄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하급심의 잇따른 무죄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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