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순 씨 징역 7년 선고
이른바 '영남위원회'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재판에서 재판부가 1심에서 적용된 반국가단체 구성죄 대신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해 유죄선고를 내렸다.
12일 부산고등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손기식 부장판사)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경순 씨에게 이적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하며 징역 7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자 6명 모두에게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사건 관련자 15명 가운데 6명에 대한 선고가 내려진 이날 재판에서 김명호 씨는 징역 4년(1심 징역 5년), 방석수 씨는 징역 3년(1심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며, 홍정연, 이은미, 김이경(1심에서 모두 실형선고) 씨는 각각 집행유예 2-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문에서 "이 단체가 폭력적으로 정부를 전복하거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으며, 피고인들이 낸 북한동포돕기 성금이 검찰의 주장처럼 '북한을 수호하고 김정일을 보위하기 위해 납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채택된 증거 가운데 사생활 보호를 위해 엄격한 절차를 정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요건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밝히며, 경찰이 제출한 전화감청 및 대화녹음자료,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재판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컴퓨터 디스켓의 압수과정 및 출력물의 처리과정은 적법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선고 결과와 관련, '영남위 사건 부산․울산 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부가 조작된 디스켓을 증거로 채택해 유죄를 선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며 "단체구성의 3대항목인 강령과 규약, 자금내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고 이와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이적단체로 처벌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공동대책위원회는 또 "검찰의 공소변경은 국가보안법이 가지고 있는 임의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재판은 검찰과 재판부가 반국가단체에서 이적단체로 수준을 낮추는 것으로 타협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창현 울산동구청장 등 나머지 9명에 대한 선고공판은 17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