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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범민련 반국가단체 아니다”

강희남씨 등 검찰의 냉전논리 반박


강희남(77, 목사, 범민련 의장)씨 등 범민련 관련 9명에 대한 첫 공판이 13일 오후2시 서울지법(형사합의 22부 부장판사 조건호) 425호 법정에서 열렸다.

검찰은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와 제8조 ‘회합·통신’ 항목 등을 적용했다. 검찰의 기소유지 발표전에 강희남씨는 “무고한 국민을 수없이 죽이고 몇 천억의 나랏돈을 횡령한 노태우·전두환 일당이 검찰에 기소되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나라의 통일을 위해 한평생 바쳐 희생한 범민련 관련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법의 재판이 불평등한 나라에서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나를 피고인으로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며 “다만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동지들을 위해 객관적인 변론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두진술에서 강씨는 “남한정부는 남북공동성명과 90년 UN동시 가입을 통해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했다. 따라서 범민련에 적용된 이적단체나 반국가단체라는 혐의는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천재(66, 범민련 상임부의장)씨는 “구속된 관련자들의 평균연령이 70세를 넘고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노인들을 한 겨울에 구속한 행동은 반인륜적”이라고 비난하며 “검사가 말한 기소이유도 구체적이지 못하다. 또한 국보법은 세계의 여러 인권단체에서 철폐할 것을 권고한 악법 중의 악법이므로 재판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범민련은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노선에 동의해 활동한 0점 △반국가단체인 범민련 북측본부와 수차례 팩스로 회합·통신을 꾀한 점 △남한 정부를 신식민지 매국 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한 내용의 표현물을 제작·배포한 점 △95년 제6차 범민족 대회를 개최한 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은 4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는데 재판을 받은 범민련 관련자들이 고령일 뿐만 아니라 특히 주명순(74, 범민련 중앙위원)씨는 여경찰들의 부축을 받고 법정에 나올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못해 가족들을 안타깝게 했다. 다음 재판은 27일 오후2시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