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 고문피해자인 김형찬(29) 씨가 행방불명돼 김 씨의 신변을 둘러싼 의구심과 가족들의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김형찬 씨의 아버지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4일 오전 회사에 나가겠다고 집을 나선 뒤 아무 연락도 취해오지 않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김 씨가 국가정보원(원장 천용택)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소문을 뒷받침하듯 김 씨와 함께 단체 활동을 해온 김 모 씨는 “5일 오전 형찬이가 국정원에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연행됐다는 익명의 전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상황에 여기에 이르자 김 씨의 가족들과 친구들은 5일 오후 7시 국정원을 방문, 국정원측에 김 씨의 신변 확인을 요구했다.
하지만 국정원 관계자는 “김 씨를 연행, 조사한 적이 없다”며 체포사실을 부인했으며 타 수사기관에 의한 체포, 수사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족들은 5일 밤 11시 50분까지 국정원 앞에서 김 씨의 신변확인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김 씨는 지난 96년 12월 수배자를 찾던 안기부 직원들에 의해 불법 연행됐다. 연행된 김 씨는 수배자가 아니라는 신분이 밝혀진 뒤에도 파출소와 경기도경 공안분실에서 ‘북에 다녀오지 않았냐’는 등의 수사를 받으며 고문을 당했는데 이에 분신을 기도, 심한 화상을 입고 1년간 치료를 받았다. 이후 김 씨는 국가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법원에서는 안기부 직원들의 불법체포 사실을 인정, 김 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본지 98년 10월 15일자 참고>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