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앞둔 지구촌의 우울한 미래
검은 망토를 늘어뜨린 초국적 대자본이 험상궂은 얼굴을 뒤에 감추고, 웃는 얼굴로 서 있다. 그 주위에 한 노동자가 열심히 나사를 조이며 돈을 주워 모아, 초국적 대자본의 손아귀에 쥐어 주고 있다. 또, 한 실업자는 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며 열심히 구인광고를 뒤적이고 있다.
명동 한빛은행 앞에서 행인들의 눈길을 잠시동안 붙잡은 이 장면은 '투자협정·밀레니엄라운드 반대 민중행동(이하 민중행동)'이 연출한 퍼포먼스이자 세기말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항상적 경제위기를 약속하는 투자협정과 밀레니엄라운드
13일 열린 '투자협정·밀레니엄라운드 반대를 위한 제1차 대중캠페인'에는 '민중행동' 소속 단체에서 나온 스무 명 남짓의 사람들이 "투자협정과 WTO는 제2의 환란을 불러옵니다"는 대형 플래카드를 중심으로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투기자본만 살찌우고 민중생존 위협하는 투자협정 반대", "소주값 인상 주범 WTO 반대" 등의 구호가 외쳐졌고,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도 퍼포먼스와 "소주값 인상" 이야기에 발길을 멈췄다.
이창근(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씨는 "투자협정 및 WTO 밀레니엄라운드는 우리의 삶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서민층과 동고동락해온 소주의 값이 천 원에 육박하게 된 데는 WTO의 명령과 협박이라는 배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또 "밀레니엄라운드에서는 유전자 조작된 식품의 수입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전자 조작된 식품이 우리 시장을 돌아다녀도 이를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민중행동'은 "대우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11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으며, 이러한 위협은 우리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챙겨가고 있는 해외자본의 '투기'를 보장하는 투자자유화 협정이 존재하는 한 항상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중행동'은 오는 11월 30일 밀레니엄라운드가 열리는 미국 시애틀 현지에서 전세계 민중들과 연대하는 대규모 행사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