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 "우리는 일하고 싶다"
최근 한 골프장이 여성 경기보조원들(캐디)의 조기 퇴직을 종용해 '성차별적 조치'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화국토개발 소속 프라자컨트리클럽(대표 김종성)은 올 1월 1일부로 경기보조원 7명에 대해 40세 정년 규정을 내세워 해고했다. 정년대상자들은 평균 10년 이상 캐디로 근무해왔지만, 회사측은 "서비스직이므로 나이가 중요하며 통상적인 관례"라는 이유로 해고를 강행했다.
그러나 정년 규정에 걸려 해고된 김아무개(40) 씨는 "다른 골프장에서는 40세 정년제도가 폐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골프장만 40세 정년을 고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경기보조원들의 불만이 크지만 해고위협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조합 가입사실조차 숨기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라자컨트리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는 모두 2백40여명이며, 이 가운데 조기에 퇴직하게 된 7명을 포함한 과반수 이상이 지난해 12월 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최상림)에 가입한 상태다.
10년 근속자 여전히 일용직
이와 관련,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지난해 12월 회사측에 △정년규정 폐지 △업무배당 차별 금지 △부당노동행위 금지 등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사측은 10년 이상 근무해온 직원들을 일용직 노동자로 취급하며 업무종료 명단을 게제했을 뿐 적법한 해고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해고자들에게 퇴직금조차 주지 않았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직종보다 정년이 낮은데다, 남성 노동자의 정년이 57세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노동자에게만 40세 정년을 강제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하며 지난 4일 여성특별위원회에 이에 대한 시정을 요청했다.
타 골프장, 정년연장 추세
한편 다른 골프장의 경우엔 이미 40세 이상의 근무가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88컨트리클럽은 40세 정년을 철회했으며, 대둔산컨트리클럽도 노조가 결성되면서 해고가 유보된 바 있다. 또한 노동부에서도 캐디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산컨트리클럽이 여성노동자를 기혼자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한 것과 관련해 부당해고라고 판정한 바 있다. 유성컨트리클럽의 경우는 캐디들도 일반 직원 노조에 함께 가입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노사는 47세로 정년을 상향조정하고 육체적 정신적 지장이 없는 한 연장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산재보험까지 보장하는 내용의 단체협상을 맺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조직국장 최순임(38) 씨는 "캐디들은 골프장의 노동강도가 등산하는 것과 같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이들은 손님들로부터 인격모독까지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참고 생활해 왔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국장은 "단 하루를 일해도 노동자로 인정받고 사람대우 받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아니냐"며 "비공식적으로 노조에 참여하는 캐디가 많아 노동조건 개선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프라자컨트리클럽의 해고자 김 씨 등 6명은 매일 사무실로 출근투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