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와 투쟁을 노-노 싸움이라니
경찰의 편파 수사에 분노
이들은 경찰의 편파적인 태도에 분개했다. 박대림 대의원은 "2월 26일 노동부와 회사, 양측의 노조 대표들이 협상을 하자고 해서 가는데 각목 들고 항운노조에서 쳐들어 왔어요. 폭력사태가 났는데 경찰서장이 도망가더라구요."
그동안 항운노조에 의한 폭력사태는 10여 차례. 20여명의 부상자가 속출했고, 26일의 사태에서는 KBS, PBS 기자들도 폭행을 당했다. 노조는 경찰에 폭력 사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항운노조 노조원 2명만 입건되는 것에 그쳤다. 그런 경찰이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저속으로 고속도로 톨게이트로 빠져나가던 화물노련과 하역노조원들을 그대로 연행했던 것이다.
투쟁도, 파업은 더욱 처음인 신선대·우암부두 노동자들은 왜 민주노조를 갈망할까. 그들은 자신들의 파업이 노-노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못 마땅해 했다. 한국노총 산하의 항운노조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그게 무슨 노조냐!"는 게 신선대, 우암 부두 노동자들의 반응이었다. 마피아! 그들에게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우리는 마피아와 싸우는 중입니다." 정부가 왜 마피아 편을 드냐는 질문에는 "그동안 처먹은 게 너무 많다"는 말로 요약된다. 항운노조는 50년 동안 절대권력을 장악해왔다. 대표적인 어용노조로 군림하면서 노조라기보다는 인력공급업체 노릇을 해왔다. 이전에는 부두에서 일하려면 항운노조에 수백만원씩을 갖다 바쳐야 했다고 한다. 91년 개장한 신선대 부두가 회사에서 상용직 직원을 채용하자 항운노조가 이에 반발해 노임손실보상금을 회사에 요구 98억원을 받아냈고, 97년 개장한 우암부두에서도 21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게 무슨 노조여! 마피아지
"글쎄 벌써 20건이나 사고가 발생했다잖아. 참 걱정이여. 대책없이 대체인력을 끌어다 쓰면 어쩌자는 겨."
경찰서 옆 식당에서 만난 허준(47)씨가 걱정을 늘어놓았다. 25톤에서 30톤에 이르는 컨테이너 박스를 배에서 내려다 야적을 하거나, 트럭에 싣는 일은 6개월은 경험을 쌓아야 겨우 할 수 있는 숙련 작업을 요구한다. 임시 대체인력을 투입하니 대형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당연했다. 주로 대형장비를 움직이는 그들은 때로는 12시간, 24시간을 장비차 안에 갇혀 싣고 내리는 일을 쉬임없이 하게 된다. 예전에는 3교대였던 것이 지금은 2교대고, 일에 따라 1백만원에서 2백50만원까지 월급을 받았다. 그런 열악한 조건 때문에 항운노조가 아닌 민주노조가 생기자 대거 가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승리하기 전까지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이유는 다시 예전의 세월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아빠가 회사에 출근할 날은?
25일 오후 부산시청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가족대책위원회 이경희 위원장은 "초등학교 1학년 딸이 하루는 왜 아빠가 회사에 가지를 않고 학교에 가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3월 27일로 예정되었던 화물노련의 총파업은 시민중재단의 요청으로 유보되었다. 시민중재단과 민주노총은 청와대와 여당을 바쁘게 접촉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신선대·우암 부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전국의 운송업계로 번지게 될 것이다. 노동을 천직으로 아는 그들이 돌아가야 할 곳은 부두 현장이다. 돌아갈 때 그들의 소박한 노동권도 들고 갈 수 있도록 연대의 손길을 뻗쳐야 할 때다. 그날도 신선대·우암부두에서는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대체인력에 의해 불안스럽게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