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캐디에 대한 엇갈린 해석 내려
골프장 경기보조원인 '캐디' 가운데 일부만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라는 노동부의 해석이 나왔다.
노동부는 17일, 4개 골프장 캐디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전국여성노조의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두 군데 골프장 캐디에 대해서는 근로자라는 해석을, 나머지 두 곳의 캐디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엇갈린 해석을 내렸다. 근로자라는 판단이 내려진 골프장에 대해선 노동부가 사측의 부당해고나 노동조합 불인정 등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노동부는 부곡(경남 창원)과 88(경기 용인) 골프장 캐디의 경우 사측이 캐디의 선발이나 징계 결정, 자치내규 작성 등에 직접 관여하고 캐디봉사료를 정할 때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채용이나 징계, 교육, 근무규정, 근무장소와 시간 지정 등에 사측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사하거나 △노무의 대가로 임금이 지급되고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데 사측이 관여하고 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반면 한화프라자(경기 용인)와 한양(경기 고양) 골프장의 경우, 캐디들의 자치기구에서 캐디봉사료와 근무수칙에 관한 자체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노동부는 판단했다.
노동부의 발표가 있자. 즉각 여성․노동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개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노동부가 두 골프장의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해 근로기준법 적용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유사한 조건에 있는 한화와 한양 골프장 캐디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의 편파적 조사에 의존한 채 엉뚱한 결정을 내려 부당해고된 44명의 해고자들의 목을 다시 한번 잘랐다"며 두 골프장에 대한 즉각적인 재조사를 촉구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의 이주환 사무처장은 "한화골프장의 경우만 하더라도 회사측 직원인 캐디마스터가 캐디의 채용여부를 결정하고 근무규율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근로자가 아니냐"며 꼬집었다.
최일숙 변호사도 "노동부가 형식적인 요소에 집착한 나머지, 이들 캐디가 근로자임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를 외면했다"고 지적하고 "학습지교사나 캐디처럼 변칙적인 고용관계 하에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노동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근로기준과 박명순 사무관은 "캐디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엇갈리고 있는 만큼, 무리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 특수직종에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국 120여개 골프장의 1만2천여 명에 달하는 캐디는 채용시 나이와 용모에 따른 차별, 조기 정년퇴직 강요, 노조 탄압, 성희롱 등의 인권침해를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