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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매춘여성의 죽음과 검찰의 수사


군산 화재사건의 희생자들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유족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소송을 위해 새움터(매춘여성을 위한 인권단체) 사람들이 군산으로 내려왔다. 증거자료들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검사를 만나기 위해 군산법원으로 간 이들을 찾아갔을 때 이들은 이미 검사와 한바탕 한 뒤였다.

나를 보자마자 새움터의 김현선 대표는 "선생님 큰일이에요. 검사가 너무 방어적으로 나와요. 아침에 변호사가 미리 전화까지 했는데도 '구속영장' 사본하나 안 떼 줄려고 해요. 검찰의 수사마저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아요"라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용의자들에 관한 자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검사는 "그런 일로 검사한테까지 찾아오느냐, 피해당사자나 유가족도 아니지 않느냐,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데 왜들 난리냐"며 끝없이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들러본 군산경찰이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겨줬으니 검사한테 가보라"며 거드름피우는 꼴을 당한 직후여서 사람들은 더욱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곡절 끝에 구속영장 사본을 떼고 다시 몇 몇 혐의자들의 신상명세를 확인하기 위해 한나절 내내 법원 민원실과 형사계 직원들을 쫓아다녔지만 그들로부터 돌아온 건 냉대를 넘은 적대일 뿐이었다.


유력한 증거품조차 찾지 못한 이유는

9일 현재 검찰은 서류상 화재건물의 전세자로 되어 있는 전갑덕(63)과 박중환(29․전씨의 아들) 두 사람만 구속한 채 그 이상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 포주는 작년에 이미 감금매춘 혐의로 한 번 구속된 바 있는 이형열(46․전씨의 사위)이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경찰은 구속된 전씨가 자신의 딸 박복현(39․이형열의 부인)을 포주로 지목하고 있다면서 박씨만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씨에 대해선 손도 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발생 3일후 유족들은 현장에서 유력한 증거가 될 숨진 여성의 일기장과 장부를 주워왔다. 그 며칠후 한 방송사 기자도 단서가 될 다른 물건들을 현장에서 주워왔다. 여기에는 이 여성들이 감금되어 있었고 하루 매상이 얼마며 포주에게 수익금을 어떻게 뜯겼는지 등 사건해결에 단서가 될만한 중요한 얘기들이 실려 있었다. 이렇게 아무나 주워올 수 있는 물건들을 경찰은 왜 찾지 못했을까. 아예 찾을 생각이 없지 않았을까. 경찰은 수사를 하긴 한 걸까?

이런 경찰과 검찰의 태도를 보면서 다섯명의 여성들을 죽음으로 내몬 '인신매매망' '유착관계'들을 밝혀 내기란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우리가 싸워서 밝혀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정보력도 없고 수사권도 없는 우리에게 누군가 양심선언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그 엄청난 고리들을 밝혀낸단 말인가. 이런 저런 생각들로 군산을 빠져 나오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김영옥 씨는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