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대책 토론회
지난 3월 29일 서울지검 형사4부(이종왕 부장검사)는 한총련 여학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학생 7명과 여성․인권단체가 낸 고소․고발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이 성추행을 할 상황이 아니었고, 고소인측이 경찰관을 특정하지 못하는 등 혐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를 비롯한 여성․인권단체들은 검찰의 무혐의처리에 불복해 항소 및 항고를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3일(목) 낮 12시 검찰청 앞에서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대책위」와 여성․인권단체가 항의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한총련 여학생 성추행 사건 공방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성추행 피해자 검찰청 항의집회
이 같은 상황에서 31일 서울대 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연세대 여성자치연합, 서울산업대 총여학생회, 한양대 여성위원회 등 9개 대학을 중심으로 구성된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대책위’(대책위) 주최로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한총련 여학생 성추행사건은 결코 ‘한 물간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씨는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 방안으로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집요한 노력 △경찰에 대한 인권교육 △사법당국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비롯한 인권유린을 처벌할 수 있도록 감시․항의하는 운동 등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감시․항의운동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무혐의 처리된 한총련 여대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이종걸 변호사의 “공권력에 의한 성폭력의 법적 대책마련”부분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변호사는 우선 “고발장에서는 직접 행위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연행책임자의 구체적인 성명을 알지 못해 최고책임자인 박일룡 경찰청장을 고발했으나, 공소장에는 공소유지를 위해 인명의 일시 장소가 특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은 직접행위자에 대해 그 일시에 연행업무를 담당했던 경찰 전체를 소환하는 등 조사를 벌여 행위자를 특정해야 하며, 이때 경찰이 모두 부인하면 피해여학생 등과의 대질신문을 벌이도록 하고, 이 부분에서 여학생들이 피해 행위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주장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둘째, ‘지휘명령이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지휘명령은 원 상급자로부터 서류에 의해 사전에 이뤄지는 경우와 현장에서 실시책임자로부터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두 부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피해 여학생들이 자신의 진술을 더 정확히 할 수 있도록 주변 참고인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통해 그 장소에 있었던 모든 여학생들이 똑같은 양태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납득이 가도록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별 가해자들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곳에 있었던 모든 경찰관의 공범관계가 입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연달아 끌려 내려가던 모든 학생들이 각 장소에서 경찰들로부터 추행을 당한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고죄 규정 문제 있다
이밖에도 이 변호사는 성폭력특별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특별법은 제11조 제2항에서만 공공기관에 의한 성폭력 부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마땅히 국가는 피해 여성이 편안하게 자신의 피해사실을 호소할 수 있도록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형사상 고소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주장했다. 국가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범죄행위를 처벌하여 가해자들에게 일반예방의 기능을 가지게 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그 조사에 피해자가 편안하게 사실을 진술할 수 있도록 법령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집단적이고 다수에 의한 다수의 성폭력에 대해서 성폭력특별법 제11조가 이를 친고죄로 규정하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친고죄라는 제한형식으로 국가가 처벌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성폭력 범죄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비난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형사절차에 있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피해자 대리인제도가 절실히 요구되며, △피해자가 법정 출석을 꺼리는 경우 수사단계에서 진술한 조서만으로 증거로 인정해야 하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최소한 피해자 조사절차는 여성경찰로 전담시킬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