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에 의한 성학대 많고…가해자 기소율 낮아
지난 22일 ‘아동성폭행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심포지움이 아동성폭력 피해자가족모임 주최로 열렸다. 이번 심포지움은 아동성폭력 피해자에 관한 첫 논의로서, 실태분석과 제도개선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형사정책연구원의 강은영 씨는 아우성 상담소와 서울시립아동상담소 등에 접수된 13세 이하 아동의 성학대 2백60여 건에 대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강은영 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와 아는 사람인 경우가 88.6%에 이르고 이중 친족이 36.3%, 동네사람이 21%를 각각 차지한다. 강 씨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일수록 성학대 사실은 은폐되고 장기화되는 특징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동성학대 중 가장 많은 빈도를 나타낸 친아버지에 의한 성학대는 29.4%로 아내의 가출이나 이혼 등의 결혼문제나 실직, 소아기호증, 음주 등을 성학대의 요인으로 꼽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학대하는 퇴행적 가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학대의 후유증은 중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신체적 후유증 외에도 우울․분노․공포와 같은 심리적 후유증을 동반한다. 성적후유증으로 과도한 성적 호기심을 갖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성에 대한 공포와 혐오, 이성거부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세는 가출․매춘․약물중독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때론 폭력적이거나 성학대를 하는 가해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아동성학대와 관련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검찰과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16세 미만 아동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규정을 근거로 피해 아동의 진술이 일관적인데도 그다지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헌법재판소는 98년 홍제동 유치원 운영자의 성추행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4년 만에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가족모임의 대표 송영옥 씨는 “지난 4년 간 증인신문이나 대질신문으로 아이에게 같은 이야기를 20여 차례나 시켜 아이뿐 아니라 가족들도 2차 피해를 입었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외에도 증인이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을 무고혐의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어,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요청된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성폭력 특별법 개정안은 △수사기관은 피해자로부터 진술을 청취할 때 영상물로 촬영하게 해 불필요한 진술 반복으로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수사기관의 조사나 법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가족 등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이 동석하도록 의무화하고 △법원의 증인신문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에 대해서는 비디오 등의 중계장치에 의해 신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피해자가 조사나 법원 신문 과정에서 또다시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성폭력 피해 아동의 인권 보호에 일정한 진전을 가져올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