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2일 당정협의에서 법무부의 억지에 밀릴 데로 밀려 만신창이가 된 그 법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리고 13일 밤에는 민주당사에서 법안 철회와 대표 면담을 요구하는 인권활동가들을 주먹으로 때리고 사지를 들어 길거리에 내동댕이치는 활극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최근 '개혁법안'이란 것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과 민주당이 소위 개혁법안을 대하는 자세는 전혀 개혁적이지 않다. 사실 인권사회단체들이 개혁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김대중 정권에게 최소한 '이것부터라도, 이것만이라도' 해결하라고 보내는 최후통첩에 해당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알맹이야 어찌됐든 개혁법안이란 이름만 붙여 생색내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을 처리하는 태도다. 3년여가 넘는 국가인권위 추진 과정은 반인권적 패악으로 점철돼왔다. 국가인권위의 감시 대상이 돼야할 법무부에 애초에 그 설계를 맡겼고, 이론적으로 도덕적으로 반박해오는 인권단체들을 국가인권위 설립의 걸림돌로 선전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법무부가 바라마지 않던, 독립성과 실효성이 현저히 상실된 국가인권위법안을 만들었고, 법무부가 언제든지 침범할 수 있는 근거를 곳곳에 마련해 주었다. 3년여 넘게 연구하고, 토론하고, 무수한 밤을 새우며 두 차례의 단식농성까지 감행했던 우리 인권단체들은 법무부를 배후에 둔 위장 기구를 만들기 위해 그리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인권 피해자의 진실을 밝혀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기구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기관이 저지를 수 있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해온 것이다.
우리는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만들기만 하면 인권단체들이 환영할 것이라는 민주당의 환상에 경고를 보낸다. 지금의 인권위법안은 '모자란'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당장 법안을 철회하라. 아니면 우리의 비난과 저항을 끝까지 받아라.
- 1795호
- 200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