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동아, '국보법에 대한 대통령 의견은?' 광고 거부
재미동포 단체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공개질의를 신문에 게재하려 했으나 정식계약 직전 무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9일 재미한국청년연합(회장 윤대중, 아래 한청련), 재미한겨레동포연합(회장 최한규), 재캐나다한국청년연합(회장 서은심) 등은 김 대통령 방문지인 시카고와 워싱턴 지역 한국어 일간지에 국보법 폐지와 박정희 기념관 건립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광고를 내려 동아·한국·중앙일보 지역판 광고국과 접촉했다. 미주지역 중앙일보는 애초 게재를 거부했고, 한국일보는 "다른 곳에서 내주면 내주겠다"며 유보했다.
그런데 한청련 등이 애초 5단광고를 희망하자 오히려 전면광고가 어떻냐고 권유까지 했던 시카고 동아일보가 광고비 입금 직전에 게재가 안 된다고 통보했다. "부사장이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난 후 전화로 게재불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광고거부에 대해 한청련 윤대중 회장은 "신문사 스스로 정부의 눈치를 살폈을 수도 있지만, 앞 뒤 정황을 생각해보면 부사장이 만난 사람은 영사관 직원이었을 것"이라며 "국민의 정부에서도 미국에서조차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카고한국청년연합의 박건일 총무도 "올바른 보도를 하고 언론 자유를 위해 애써야 할 신문사가 소위 국민의 정부에서 압력에 굴하는 모습을 보여줘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일 회원 단체인 시카고한국청년연합(회장 김남훈)을 통해 시카고 총영사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김 대통령이) 평민당 시절부터 인간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국제사회에서도 비난받고 있는 국보법 폐지 및 개정을 수 차례 약속했음에도 집권 4년째인 오늘까지 국보법을 폐지하기는커녕 국보법 7조 삭제 등의 최소한의 개정조차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김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개정의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답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일간지 광고는 그 내용을 시카고지역 동포사회에 넓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한청련 등이 내려던 광고는 245명의 북미주지역 거주 동포들의 재정후원으로 준비됐으며, 광고 원본 하단에는 재정후원 참여자 서명 또한 포함됐었다. 재미한겨레동포연합과 재미한국청년연합은 지난 84년 결성돼 북미주 지역 6개 도시에 회원단체를 두고 있으며 조국의 평화, 인권 그리고 북미주동포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활동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