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되는 모성, 신음하는 아동
정리해고된 대우노조원과 그 가족들 가슴에 한이 서리고 있다.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참가하던 대우자동차 차현호(33, 엔진부) 노조원의 부인 이옥선 씨가 유산을 했다. 이씨는 16일 배가 아파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받은 끝에 유산됐다는 진단을 받고 이날 수술을 했다. 이 씨는 임신 5주였다. 가정동 5거리 연세산부인과 김완기 원장은 "애기집이 밑에 걸려있다"며 유산이라고 진단하고 이 씨에 대한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김 원장은 이 씨의 남편 차 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이 씨는 부평공장 '조업재개일'인 지난 7일 아침 8시 30분 경 백운공원에서 부평공장 출근을 저지하다가 6∼7명의 전경들에게 팔, 다리, 머리카락은 물론 가슴까지 잡혀 끌려갔다. 이 씨는 이 때 "상의와 속옷이 목까지 올라가 가슴이 그대로 다 드러나 사진기자들과 경찰들이 지켜보게 돼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대우자동차 정리해고반대 가족대책위'(아래 가족대책위) 정순희 회장은 "우리들이 '이 씨는 임산부다. 제발 거칠게 다루지 말아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였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임신초기라서 많이 배려했고, 7일 백운공원에도 나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이 씨가 우리들의 만류를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또 "이 분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씨 남편 차 씨는 "지난 14일에야 아내의 임신사실을 알았다"면서 "아내가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은 이후 경황이 없어 그 동안 말을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차 씨는 이어 "가족대책위에서 7일 이후 성당에도 나오지 못하게 적극 만류해 그 동안 격한 행동도 자제해 왔다"며 "단순한 가정사가 아니라 부평공장 해고자와 그 가족에게 가해진 폭력의 결과다"라고 강조했다.
또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은 정환희 노조원의 아들이 평소 앓던 심장판막증세로 16일 밤 병원에 입원했다.
정 씨의 부인 서정심(28) 씨는 3남 효진(4) 군과 함께 지난 7일 아침 8시 30분 경 인천 백운공원 앞에서 "진료카드를 꺼내 보여줬어도 전경이 방패로 아이를 밀어 놀라게 했다"고 밝혔다. 서 씨는 또 "효진이가 그 때 놀란 이후 자다가도 자지러지게 울고 몸서리를 쳤다"며 "남편이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지 않았다면 치료를 해 볼 요량이었는데…"라고 울먹였다.
한편 대우자동차 노동조합 김창곤 쟁의교육부장은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다. 거기다 임산부라고 아무리 말해도 다른 사람과 똑 같이 대하는 것은 사실상 살인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쟁의교육부장은 이어 "두가지 사례 말고도 오랫동안 임금을 제대로 못받아 아이를 맡길 곳도 없는 사람들이 많아 눈물을 머금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다"며 "정리해고는 더 존중받아야 할 모성과 아동의 존재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