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공안탄압 배후엔 주선회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검찰 공안부장 때 무리하게 법을 집행한 것으로 평가되는 주선회 법무연수원장을 헌법재판관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단체들이 5공화국에 참가한 전력이 있는 박용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자 한총련 대의원을 이적단체 구성죄로 처벌하도록 아이디어를 내고 이의 실현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주선회 법무연수원장을 헌법재판관으로 내정, 헌법재판소의 설립취지인 기본권 보장 기능이 앞으로는 더욱 더 훼손될 지경에 빠졌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생존권을 위해 싸워왔던 민중들에게 주선회란 이름 석자는 전혀 낯설지 않다. 주선회 법무연수원장은 97년 1월 20일부터 98년 3월 22일까지 14개월 동안 공안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97년 5월 26일 공무원노조결성 추진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천명하고, 7월 8일 공공부문 파업을 강행할 경우 노조간부 전원에 구속수사하겠다고 천명하고, 9월 28일 기아자동차 노조파업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발표하고, 98년 2월 12일 민주노총이 파업할 경우 지도부를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는 등 노동자들의 요구에 '엄격한 법집행'으로 화답했다.
또 97년 6월 11일 제5기 한총련 출범식 구속자 50여 명에 최고형량을 구형하기로 결정하고, 7월 20일 한총련 미탈퇴 1천3백여 명에 대한 전원수배를 지시하고, 8월 1일 한총련 간부 56명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고 불응할 경우 검거를 지시하는 등 한총련 대의원만 되면 사실상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처벌받도록 했다.
주 법무연수원장은 또 97년 8월 12일 범민족대회 참가자 전원 구속 방침을 천명하고, 12월 26일 한총련이 사실상 와해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98년 1월 5일 김대중 대통령 취임 특별사면 때도 한총련 관련자가 제외돼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헌법재판관은 국회에서 3명,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번에 퇴임하는 이영모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터여서 주 법무연수원장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주선회 헌법재판관 내정자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재명 활동가는 "97년에 사상과 양심의 자유 및 인권을 철저히 무시했던 공안부장 출신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최고의 우선 가치로 하는 헌법재판관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른바 PK출신인 주 씨를 헌법재판관으로 내정한 것은 지역안배와 검찰부 고위직 미배정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 차원으로 이루어져, 현 정부가 검찰 껴안기를 통해 권력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