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기억, 꿈 그리고 할 일
새벽부터 잔뜩 찌푸려 있던 하늘에서 점심나절 비가 내린다. 어린이집 봄소풍을 가는 날이라고 아내가 새벽잠 설쳐가며 아들 놈 도시락 준비를 하는데 아들녀석은 연신 비가 오면 안 된다고 걱정이 태산같다. 비가 와서 한번 연기한 일이라 그런지 내가 거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절대로 비는 오지 않는다.’는 말까지 건네면서도 내심 비가 오길 바랬다. 사랑하는 아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타는 대지를 충분히 적시고, 답답한 내마음까지 씻어줄 만큼 비가 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봄가뭄에 마음이 타 들어가던 농부님들이 흡족하고 시원스럽게 좀 많은 봄비가 왔으면 좋으련만 말 그대로 보슬보슬 보슬비만 내린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에 오월은 꿈을 심던 달이었다. 윤석중 님의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란 노랫말은 아직껏 나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사춘기 때 오월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충만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쓰리고 아픈 마음을 경험하던 시기였다. 대학시절 오월은 광주의 핏빛 하늘에 가위 눌려 몸서리치며 절규하고 분노하던 기억이 새롭다. 희망과 좌절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시기였다. 가정을 꾸린 이후 오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가정의 달’을 치르느라 정신없이 바쁜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21세기 첫 오월에 나는 어떤 기억을 추억으로 갖게 될까?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거리가 희망을 담고 기억된다면 좋겠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3년여의 논란 끝에 빈껍데기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울산인권운동연대를 비롯한 인권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6월 임시 국회에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쟁점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NMD / TMD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5월 1일 부시 미국대통령은 미사일방어체제 구축을 공식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신냉전을 불러일으켜 다시금 세계 평화와 한반도 평화에 커다란 위험요소로 등장할 것을 우려한 세계의 민중들이 들고일어나자 .패권주의 미국은 계획을 철회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인권대통령을 자처하는 DJ정권하의 경찰에 의해 부평 대우차 노조원들과 이어 대우캐리어 사내하청노동조합원들이 무차별 폭력을 당했다. 이에 분노한 국민의 저항으로 경찰청장 및 폭력에 가담한 경찰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으며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포기를 선언하였다.”
기대와 바램이 많으니 할 일이 참 많다.
(최민식 :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