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 민주화관련 타살 처음 인정
25일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위원회원회(위원장 양승규, 아래 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4년 청송감호소에서 사망한 박영두(당시 29세) 씨는 교도관들에 의한 집단 폭행과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가 조사중인 의문사 사건 가운데 타살 혐의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박영두 사건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80년 7월 계엄군에 붙들려 삼청교육대에 입소한 후 군인들의 가혹행위에 항의하다 군용물손괴 등의 혐의로 군사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청송감호소에 수감됐다. 이후 박 씨는 감호소에서도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다가 교도관들에 의해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은 채 방치됐다가 84년 10월 14일 청송감호소 지하조사실에서 사망했다.
당시 감호소 관계자들은 박 씨 사망이후 경위서를 조작하고,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부검해 사인을 심장마비로 꾸미는 등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사실 또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위원회는 박 씨를 직접 폭행한 이잠술, 박수호, 김의식, 김명겸 씨 등 교도관과 사건을 은폐한 교도소장 김명식․보안과장 서장권․의무과장 서근수․검사 최복성 씨 등 6명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관계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회견장에서 양승규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반인도범죄에 대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사회보호법에 의거 아직도 존치하고 있는 감호제도를 재검토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영두 사건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공동대표 박정기)는 25일 성명에서 “고문치사와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해 가해자들을 처벌 못 하는 것은 현행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의 한계며 이는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계승연대는 “현재 공직에 재직중인 박영두 사망 사건 가해자 김명겸․김의식을 파면하라”고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현재 위원회엔 박융서(74년․대전교도소), 장석구(75년․서대문), 손윤균(76년․대구), 손윤규(76년․대구), 변형만(80년․청주), 김용성(80년․청주), 최석기(80년․대전), 이재문(81년․서대문) 사건 등 옥중 사망사건 8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위원회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원회’에 박 씨 및 유가족에 대한 명예회복, 보상금 심의를 요청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