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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의문사 김준배 씨, “경찰 구타 있었다”

사건지휘 검사에 동행명령장, 구타경찰 고발 검토


97년 한총련 투쟁국장 김준배 씨 사망과정에 경찰의 구타사실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또 당시 사건을 지휘한 정윤기 검사(현재 춘천지검 영월지청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의문사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는 3일 오전 10시 ‘김준배 씨 사망사건 중간보고서’에서, 김 씨는 “3층 중간까지 내려와 화단으로 뛰어 내리거나 떨어진 뒤 경찰에 의해 구타를 당했다”며 “지금까지는 이 같은 추락과 폭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애초 검경이 발표한 대로 단순추락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김 씨를 구타한 혐의로 당시 형사기동대원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 김형태 상임위원은 단순추락사로 보기 어려운 근거로 △케이블선에 대한 국과수 감정결과와 아파트 벽면에 남아있는 김 씨의 발자국에 대한 케이블회사 직원진술, △김 씨의 옷에 묻은 신발자국 추정사진과 일치하는 상흔, △우심방파열이라는 직접사인이 추락이나 구타 모두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외상학회 등의 소견 등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사건의 직접 목격자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점, △유가족이 제기한 경찰 구타의혹을 조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정 검사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위원회의 중간보고서는 주민 2명이 화단 위로 떨어진 김 씨에 대해 “제일 먼저 화단 위로 뛰어 올라온 사람이 쓰러진 사람을 몇차례 발로 밟고, 들고 있던 봉으로 2~3회 구타”했다는 진술을 소개하고 있다. 위원회는 구타사실을 부인하는 경찰당사자와 다른 경찰들의 현장상황 진술은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김준배 변사 사건보고 △1․2차 현장검증결과보고 △종합수사보고서 등에 작성자의 서명날인 및 지휘계통의 결재가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위원회는 또 최초목격자에 대해 “경찰이 전화를 걸어 ‘김준배 사건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가’를 물었을 뿐, 구타여부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 검사는 3일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출석요구에 대한 입장’이라는 글에서 “추락에 의한 사고사임이 명백했고 타살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아 내사종결 지휘했다”며, “김 씨 사망과 관련이 없는 변사사건 지휘검사로서 (위원회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검사는 최초목격자를 조사하지 않은 점에 대해 “경찰이 전화로 ‘추락사했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내가 직접 목격자의 어머니로부터 목격자에게 전해들은 (위 취지의) 말을 전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유가족이 제기한 경찰 구타의혹에 대해서도 “경찰 폭행사실에 대하여 인식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