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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72주년 학생의 날을 맞아


오늘도 학생들은 학교에 간다. 학생의 날을 맞아 그들은 ‘여러분은 자랑스런 광주학생운동의 후예’라는 말을 조․종례 시간에 듣거나 기념식을 치를지 모른다. 그 속에서 학생들이 자랑스러움을 느낄지 씁쓸함을 씹을지 궁금하다.

3․1운동 이후 가장 힘차고 격렬했던 독립운동으로 기억되는 1929년 광주학생운동! 그것은 단순히 일본인 학생이 조선인 여학생을 희롱한 사건에 대한 격분이 아니라, 그 시대에 담당할 자신들의 사명을 충분히 알고 있던 사람들의 행진이었다. ‘식민지적 노예교육제도 철폐하고 한국인 본위의 교육제도를 확립하라!’는 외침에 전국 1백94개교 5만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동참하여, 수백 명이 퇴학처분과 최고 5년에 달하는 구형을, 수천 명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들의 외침은 우리에게 ‘학생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교우회 자치권을 획득하자’,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획득하자’, ‘직원회에 학생대표를 참가시키자’, ‘사회과학 연구의 자유를 획득하자’ 등 당시 학생들의 격문에 실렸던 내용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다. 학생회 자치권과 학교운영위 참여를 외치는 목소리는 미미하나마 72년 전 선배들의 목소리와 닮아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라가 식민지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이고, 같은 점은 학생들이 여전히 해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교칙은 여전히 ‘불온한 사상, 정치행위, 반국가․반사회적 행위, 동맹휴학의 선전․선동’ 등을 퇴학사유로 규정하여 학생들의 시민․정치적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봉사활동 외에는 아무런 권한도 기능도 갖지 못하는 학생회, 징계시 소명기회와 재심요구권의 박탈, 손톱부터 속옷까지 제한하는 용의복장 규정 등 학생신분이라는 이유로 감내해야 하는 일상적 차별과 배제의 예는 허다하다.

학생은 학내 문제 뿐 아니라 사회의 문제, 즉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명하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생각과 표현을 억압당한 학생들이 자율성과 자치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학생의 날’이 기계적으로 암기되지 않고 제 주인 속에서 호흡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