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자 오 씨, 출두요구 구두 통보 받아
병역거부권의 인정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격렬한 가운데,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오태양 씨는 한 달이 넘도록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01년 12월 18일자>
처음 오씨는 서울 보문동 노숙자 자활공동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지난 11일 일손이 더 필요한 서울 미아동 '자비의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비의 집에서는 매일 무의탁 노인들에게 중식을 제공하며,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한다. 여기서 오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오씨는 그 동안 봉사활동을 계속 하면서, 짬짬이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문제를 알리고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호소했다. 약 70여 분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대부분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오씨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은 것 같다"며, "개인의 지지가 단체 차원의 지지로까지 나아가기에는 논의 수준이 많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쏟아지는 대표적인 질문 한 개를 던지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데, 그럼 군대간 사람은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이에 대해 오씨는 웃으면서 자신의 견해를 차분히 이야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병역거부자가 모두 양심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병역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특정한 양심에 충실하려는 사람일 뿐이다. 양심에 따른 모든 행위는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따라서 군대에 가는 것도 양심이나 신념에 따른 것으로 당연히 존중돼야 할 것이다. 이때 양심은, 이 양심은 좋고 저 양심은 나쁘다는 식으로, 가치판단을 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씨는 지난 16일 동부경찰서 조사계 박현석 형사로부터 "12일 출두요구서를 발송했다"는 통보를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씨의 집에는 아직까지 소환장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에 오씨는 소환장을 정식으로 전달받은 후에 출두문제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씨의 병역거부를 계기로 현재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위해 연대회의를 구성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 연대회의에 18일 현재 참여연대, 평화인권연대, 실천승가회 등 27개 종교·사회단체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연대회의 발족을 위한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